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2월5일] 빅3는 꿈에서 깨려는데…

‘빅3’가 꿈에서 깨어나려 한다.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크라이슬러라는 미국의 자동차 빅3가 과도한 노조이기주의를 포기할 움직임이다. 그동안 몸보신에만 주력해온 빅3 경영진 역시 ‘폭탄돌리기식 경영’을 끝내겠다는 결심을 키우는 모습이다. 중병을 앓고 있는 빅3는 현재 구명줄을 잡기 위해 미의회에 34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 이를 위해 빅3 최고경영자(CEO) 모두가 연봉 1달러를 선언했으며 주요 브랜드도 매각하고 공장 폐쇄 및 감원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나하나가 대단한 결심이다. 빅3의 경영쇄신에 가장 큰 걸림돌인 노조 역시 달라지겠다는 태도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빅3가 미의회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자신들의 기득권인 고용보장을 양보하는 한편 노조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에 대한 회사자금 지원을 미룰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해고된 노조원에게 연봉의 95%까지 지급하는 ‘일자리은행(잡뱅크)’ 제도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에는 유리했던 빅3 행보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경제적 파산에 직면해 있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를 통해 전세계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 및 환율 부가가치를 빨아당겼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제조 부문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에서는 이미 두손 두발을 모두 들었었다. 미국 제조업 붕괴의 핵심에는 바로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라는 빅3의 경쟁력 약화가 자리잡고 있다. 기실 빅3에 대해서는 경쟁력 약화라는 표현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다. 한때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90%를 차지하며 세계 최강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이처럼 몰락한 것은 한마디로 ‘이기적인 노조’와 ‘무능한 경영진’의 합작품이다. 미국 빅3 노조의 이기적인 형태는 미국인들의 비난을 받을 정도로 한계를 넘어서 있다. 이번 위기를 맞아 미의회가 “빅3 스스로 자구노력을 통해 생존할 의지를 보여야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대다수 미국인들은 빅3의 부실을 내부요인 때문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회가 요구하는 자구노력이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동안 세태가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이 빅3 임직원들이 누려왔던 각종 혜택들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라는 의미다. 빅3의 대표인 GM은 지난 1967년부터 퇴직자에게도 의료비를 100% 지원해왔다. 1970년부터는 노조원에게 30년 근속을 보장했으며 그 가족들에게도 퇴직 후 의료비를 지급해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빅3의 종업원 수는 20만명이지만 그들이 벌어서 의료비를 지원해줘야 하는 퇴직자 및 그 가족들의 숫자는 7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빅3 노조가 주축이 돼 2003년부터 작동한 직업은행 프로그램(실직노동자가 새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의료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1인당 10만달러를 지급하는 제도) 역시 미국 자동차가 왜 경쟁력을 상실했는지 엿보게 한다. 지난 30년간 끝없이 누적된 빅3의 고비용 구조가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영진의 현실회피적인 의사결정이 가세하고 있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갖고 있다면 빅3의 고비용구조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빅3 경영진은 약속이라도 한 듯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면서 단기성과만 올리면 그 뿐이라는 ‘폭탄돌리기식 경영’에 몰두했다. 이점에 주목한다면 지금 연봉 1달러만 받아도 좋으니 회사를 살려달라고 읍소하는 빅3의 현 경영진은 억울하다. 이들은 단지 폭탄돌리기의 끝자락을 잡았다는 불운을 제외하면 예전 경영진보다 더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 현대차, 지금이 고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은 이기적인 노조와 무능한 경영진에 둘러싸인 빅3의 이 같은 갈지자 행보 덕분에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시장을 상대적으로 쉽게 파고들 수 있었다. 만약 빅3가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생존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면 현대차가 미국 자동차시장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대차는 그동안 마치 ‘또 다른 빅3’같은 행보를 보여왔다. 생산라인 조정조차 ‘소단위 이기주의’에 휘둘려왔고 주변의 경제환경과 무관하게 툭하면 파업깃발을 올려세웠다. 빅3 경영진과 노조가 이번 위기를 넘기기 위해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변하겠다고 나선다면 그 순간이 바로 현대차 위기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물길이 어느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는지 멀리 바라보는 슬기를 현대차 경영진과 노조 모두에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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