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승 총재의 작은 실수

서정명 뉴욕특파원 vicsjm@sed.co.kr

서정명 뉴욕특파원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70번가에 있는 아시아소사이어티 건물에 월가의 내노라 하는 투자기관 임원들과 외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몰려 들었다. 골드만삭스ㆍ리만브러더스ㆍ와코비아 등 금융기관과 헤지펀드는 물론 중국 인민은행, 타이완 중앙은행 등 세계 각국의 은행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강연회를 듣기 위해서다. 통화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박 총재가 한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통화정책을 전개할 것인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낸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나양(羅揚) 미주지역 수석대표는 “한국의 경제성장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한국은행 총재의 견해와 비전을 듣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멕켈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주요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투자 리서치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 정부의 통화정책과 앞으로의 경제 성장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번 강연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참석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박 총재가 개인자격으로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강연하는 형식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국가IR’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 박 총재의 주제발표가 마무리되고 순조롭게 진행되던 강연회는 질문과 대답(Q&A)시간에 ‘흠’이 나기 시작했다. 전문통역을 대동하지 않은 관계로 박 총재의 의도와는 다른 내용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전달됐고 박 총재가 다시 수정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월가 투자자들의 질문에 박 총재와 통역원이 한국어로 질문 의도를 해석하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실내에 전해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한국 경제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 강연회가 끝난 뒤 엘리베이터 앞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재차 박 총재에게 질문을 쏟아부었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외국인과 원만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국가IR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히 준비해야지 외국인들에게 당당한 한국 경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실수에서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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