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회복신호 반갑기는 하지만

수출증가세가 지속되고 산업생산이 늘어나는 등 국내 경기가 지표상으로 회복신호를 보이고 있어 다행스럽다. 하지만 체감경기로 보면 아직 회복느낌이 피부에 와 닿지 않고, 내부적으로 카드사태로 인한 불안요인이 잠복해 있는데다, 환율ㆍ금리 변동이 예측불허 상태에 있어 섣불리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2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분석`에 따르면 생산 증대와 재고 감소, 소비부진 완화, 경기선행지수 동향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경기가 3ㆍ4분기에 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출하증가율과 재고증가율을 비교하는 재고순환지표를 보면 회복신호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출하증가율은 지난 9월 5.1%에서 10월 6.7%로 상승한 반면 재고증가율은 9.2%에서 7.3%로 둔화됐다. 경기 회복세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생산이 작년 동기보다 증가한 업종이 10월에는 13개로 지난 9월 11개에 비해 늘었으며, 전월대비로 봐도 증가한 업종이 10월 19개로 9월 7개에 비해 급증했다. 공장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낳고 있다. 제조업 생산증가율에서 생산능력을 뺀 설비투자 조정압력지수가 지난 8월 마이너스 1.2%포인트였으나 9월에 4.3%포인트로 플러스로 돌아섰고, 10월에도 4.9%포인트로 상승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국내 경기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던 소비도 서서히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소비재 수입증가율이 3ㆍ4분기 7.0%에서 10월에 15.6%, 11월에는 20일까지 12.2%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시사한다. 이처럼 국내경기가 지표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내수위주로 영업을 해온 르노삼성자동차가 조업을 중단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또 카드사태도 미봉된 채로 있어 계속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외환ㆍ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언제 돌발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형국이다. 달러 약세로 유로화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엔화도 강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방향성이 확실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위기대응 능력이 점점 더 소진돼 가고 있다는 데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수습과 경기회복에 진력하느라 재정을 팽창시켜, 여력이 바닥난 데다 성장과 분배의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흩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흐름을 잘 타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위기대응 능력을 더욱 배양시켜야 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정책을 펴거나 이익집단들의 요구를 여과 없이 들어 줄 경우 오랜만에 찾아 온 회복신호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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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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