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보통신] 한국 `CDMA종주국' 위상 흔들

「한국이 21세기에도 세계 CDMA시장에서 최대 지분을 가질 수 있을까」한국은 모든 나라, 모든 기업이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을 기피할 때 희대의 결단을 내려 국책과제로 CDMA 개발에 뛰어들었다. 도박은 극적으로 성공했다. 참여한 기업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은 「CDMA 메카」로까지 불리며 세계 디지털 이동통신시장에서 주축중 하나로 우뚝 솟아올랐다. 그러나 21세기에도 그럴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단물을 혼자 빨아먹던 호시절이 끝난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 장비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과 CDMA 특허권을 다수 갖고 있는 미국의 퀄컴이 전략적으로 제휴함에 따라 한국기업의 위상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차세대 CDMA 전쟁터는 IMT-2000 CDMA기술의 종착역은 IMT-2000. 차세대 이동전화로 불리는 IMT-2000은 휴대폰으로 세계 어디서나 음성은 물론 영상과 데이터까지 전송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이동통신. 현재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퀄컴이 주도하는 북미진영(동기식·CDMA2000)과, 에릭슨이 주도하는 유럽·일본진영(비동기식·WCDMA) 등 양대 세력으로 나뉘어 기술 표준 문제를 놓고 지금껏 치열하게 경쟁해 오고 있다. ◇에릭슨과 퀄컴, 「적과의 동침」 최근 양대 세력의 대표 주자인 에릭슨과 퀄컴이 전격적인 제휴를 선언했다. 이들은 양쪽의 「주장」격이었다. 이들은 각 진영을 대표하여 자신들의 방식을 IMT-2000의 세계 단일표준으로 할 것을 주창해 왔다. 따라서 이번 제휴는 주장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과 동침」한 셈이다. 이번 제휴로 양사는 IMT-2000과 관련해 각기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서로 로열티 없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또 상대방의 기술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특히 에릭슨은 퀄컴측의 CDMA 장비 사업을 인수키로 했다. 이번 제휴로 에릭슨은 IMT-2000 관련 세계 장비시장에서 그 세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퀄컴도 CDMA 단말기와 단말기의 핵심 부품인 칩셋에서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퀄컴은 그동안 칩셋분야에서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장비분야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이번 제휴로 장비사업을 떨어내고 모든 역량을 단말기와 칩셋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 국내 전문가들은 에릭슨과 퀄컴의 제휴에 대해 2가지 시각을 갖고 있다. 우선 긍정론. 두 회사의 제휴로 지지부진하던 IMT-2000 표준화가 가속화되면 국내 업체들이 이중 개발해야 하는 짐을 덜어준다는 시각이다. 개발비용을 줄이고, 조기에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으며 퀄컴에 과도한 로열티를 물어야 했던 문제도 얼마간 해소되리라는 전망이다. 에릭슨이 퀄컴보다 로열티에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부정론도 만만찮다. 에릭슨과 퀄컴의 제휴가 IMT-2000 단일표준을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두 회사의 영향력만 확대하는 부정적인 요소가 크다고 본다. 이들의 제휴가 단일표준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에릭슨의 장비사업이 세계시장을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제휴처럼 해외 경쟁업체들은 기업인수·합병(M&A)이나 제휴를 통해 자꾸만 몸집과 기술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젯밥(IMT-2000 사업권)에나 관심을 쏟고, 업체마다 같은 것을 독자개발하는 「따로 똑같이」현상이 여전하다. 21세기엔 「한국 CDMA군단」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도 있다는 징후가 외부에서부터 먼저 나타나고 있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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