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경기 가뜩이나 힘든데… 세수 확보에 날세운 국세청

인력 늘려 세무조사 1,170곳으로 확대

지하경제 양성화가 현 정부의 국정 화두로 떠오르면서 서울 수송동의 서울지방국세청도 부쩍 부산해지고 있다. /서울경제DB

국세청의 칼날이 올해는 유독 매섭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수확보 차원이지만 다소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경제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탈세근절도 좋지만 자칫하다가는 기업의 투자위축이나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세무조사 대상이 많아졌다. 500억원 이상 매출기업 가운데 세무조사 비율은 16%였지만 올해는 20%로 올려잡았다. 조사대상 기업은 1,170곳으로 늘었다. 조사기간도 통상 소요되던 3~4개월에서 6~8개월로 길어진다. 세무조사 대상이 될 경우 숟가락 하나까지 다 조사한다고 보면 된다.

7월부터는 일감 몰아주기 행태도 철저히 잡아낼 계획이다. 동서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서는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위한 행동에 들어간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국세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집중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첫 타깃이 가짜석유업체를 만들고 유통한 66곳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대자산가 51명, 국부유출 역외탈세자 48명, 불법ㆍ폭리 대부업자 117명, 탈세혐의가 많은 인터넷 카페 8건 등 224명에 대한 세무조사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조직ㆍ인력 등을 늘리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기획단'을 새로 만들었다. 국세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고 총괄기획분과ㆍ탈세대응분과ㆍ세원발굴분과ㆍ체납추적분과로 구성했다. 기획단 규모는 4팀 7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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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추적조사를 위한 조사전담팀도 만들었다. 지방청 조사 분야에는 400여명, 조사팀 70여개를 보강한 데 이어 서울청 조사2국과 4국을 각각 개인, 법인 분야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국세청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과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세무조사 인력 등이 한계가 뚜렷한데도 특정 부문에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만여명의 국세청 인력 가운데 조사인력은 20%다. 세무조사 범위 확대를 두고 새누리당에서조차 부작용을 우려한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하 경제 양성화 대책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무리한 세무조사는 자칫 기업을 위축시키고 실물경제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접근 폭을 넓히기 위해 세수추계를 다소 과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FIU의 원본정보에 접근하면 연간 6조원의 징수가 가능하다는 게 국세청의 추계이지만 국세청이 지난 5년간 거둔 숨은 세원발굴 실적을 보면 연간 약 2조2,000억원에 그쳤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비교하면 국세청이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탈루세금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하경제에 숨은 탈세를 잡는 것이므로 얼마나 걷힐지 징수율을 예상하기 어렵고 추계한 전례도 없다. 국세청이 과도하게 기대치를 높인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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