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외환위기를 겪고도 조기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한 재정이 밑바탕이 됐다. 마지막 보루인 재정이 흔들리면 자칫 위기상황이 닥칠 경우 손을 쓸 방도가 없어지게 된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4년간 국가 부채는 연평균 20.8% 증가한 반면 국내총생산(GDP)은 고작 5.6%(경상 가격 기준)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보다 부채증가 속도가 월등히 빨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급격한 국가 부채 증가로 중앙정부는 가진 재산(부동산 등은 제외)을 다 팔아도 빚을 갚으려면 100조원가량을 빌려와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재정경제부ㆍ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상GDP는 2003년 724조6,000억원에서 2006년 849조4,000억원(잠정)으로 연평균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국가 부채는 165조7,000억원에서 283조5,000억원(잠정)으로 연평균 20.8%의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상GDP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GDP(통상 경제성장률)와 다른 개념으로 채무 비중 등을 비교할 때 사용된다. 중앙정부의 재정상태를 짚어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순채권(채권-채무)’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97~2002년의 경우 정부 채권(융자금ㆍ예금 및 예탁금ㆍ조세채권 등)에서 채무를 빼면 30조~40조원이 남았다.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가지고 있는 예금이나 채권 등을 다 팔아도 30조~40조원의 여윳돈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지표는 2003년 -28조2,000억원을 기록한 뒤 2004년에는 -67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또 2005년에는 중앙정부 채권이 130조9,000억원, 채무가 238조8,000억원으로 -107조9,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보유채권을 다 처분해도 추가로 100조원가량을 빌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시적인 적자재정은 괜찮지만 부채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게다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때는 문제”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등으로 재정적자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