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모뉴엘 사건이 준 교훈-김낙회 관세청장


최근 적발된 모뉴엘의 위장 수출 및 재산도피 사건은 우리 경제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혁신적인 제품과 디자인으로 7년 만에 매출액 1조2,000억원대의 '히든챔피언'에 올랐던 모뉴엘의 실체는 모래 위에 지은 성에 지나지 않았다.

모뉴엘이 지난 2009년부터 은행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3조2,000억원. 이 돈은 3,300여회에 걸쳐 홈시어터 PC 등을 외국에 정상 제품인 것처럼 허위 수출한 채권을 담보로 받아낸 것들이었다. 홍콩에는 유령공장을 차리고 대출금 중 446억원을 해외로 빼돌려 도박자금과 해외 주택 구입 등에 사용했다.

모뉴엘 사태에서 주목할 것은 불법 외환거래의 위험성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중이 지난해 105.9%를 기록할 만큼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다. 높은 무역의존도만큼 외환 자유화 및 교역량 증가에 따라 대외 거래를 악용한 불법 외환거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3조8,000억원 규모였던 불법 외환거래 단속은 2012년 4조3,000억원, 지난해 6조5,000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외환 신고를 하지 않고 자금을 불법적으로 유출하는 것은 결국 재산의 국외 도피와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 거래를 하고 얻은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외국에 그대로 두면 우리나라의 외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부족한 달러를 모으기 위해 장롱 속 돌반지까지 꺼내야 했던 우리는 외환보유액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시행하는 것도 이때의 아픈 경험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불법 외환거래의 특징은 갈수록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의 감독이 강화되면서 단속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다양한 수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서로 돈을 주고받는 환치기를 비롯해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나 케이만군도 같은 곳에 자금을 숨겨놓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법 외환거래를 통해 마약거래자금, 테러 자금 등 각종 범죄자금이 세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각국은 범죄인 인도와 사법 공조 같은 국가 차원의 협력 확대는 물론 각종 혐의거래 정보를 교환해 불법 외환거래 차단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역거래 감독 전반을 관장하는 관세청을 비롯한 금융감독원·국세청 등 여러 법 집행 기관이 날로 지능화되는 외환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첨단 정보분석 시스템 개발, 해외정보수집, 단속 기관들 간의 공조 강화, 법령·제도 개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애써 모은 외화가 외국으로 빼돌려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제2의 모뉴엘 사태를 막기 위한 현장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