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국가 정체성 공방이 한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2일 모처럼 경제 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냈다.
신기남 당 의장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야당에) 경제 협력전을 함께 벌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경제 회생을 위해 대화하자”고 밝혔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역시 상임운영위원회에 참석, 경제상황을 조목조목 비판한 뒤 “가장 중요한 게 민생인데, 그러려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지도부가 외견상으론 민생 경제 회복에 의견을 같이 한 셈이다.
그러나 여야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 공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민생 경제를 들먹이면서 말로만 경제 회복을 부르짖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당은 한편으론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이날 박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기로 하는 등 공세를 퍼붓고 나섰다. 조성래 진상조사단장은 보고를 통해 “최선의 방법은 박 대표가 정수재단을 시민에게 넘겨주는 것”이라며 박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체제 수호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 대표는“근본 문제인 국가 정체성 문제가 선결돼야 민생과 경제가 호전될 수 있다”면서“야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근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체제가 확고하고 자유경제 정책에 대해 주체들에게 믿음을 줘야 경제가 살아나지 이런 상태로는 중병에 빠진 경제가 절대 살아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당분간 민생 경제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국가정체성 및 도덕성 공방으로 가파른 대치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열릴 임시국회에서 민생 및 경제법안 심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당은 이날 회의에서 과거사 조사기구 설치방침과 관련, 당내 이견 및 야당의 반발 등을 감안해 일단 시간을 두고 논의하기로 결론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