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상 행위까지 난도질… 기업 송두리째 멍든다

■ 계속되는 마녀사냥식 CJ 때리기<br>신뢰도 추락에 경영 올스톱… 투자·채용계획 차질 불가피<br>"다음은 누구" 재계 노심초사…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CJ그룹 불법 비자금 조성 관련 검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홍인기기자

CJ그룹을 겨냥한 검찰 수사로 재계 순위 14위 그룹의 경영이 순식간에 마비상태에 이르는 모습을 보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또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검찰 안팎에서 꼬리를 물면서 "CJ 다음은 누가 타깃이 될 것인가"라는 자조 섞인 물음까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비리가 있는 기업인에 대해 검찰이 법과 사실에 근거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마구잡이 식으로 수사대상으로 올려 혐의를 씌운다면 기업활동과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차별한 기업 때리기에 움츠린 재계=CJ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를 더해가면서 기업들은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CJ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업인에 대한 사정(司正)열풍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CJ그룹 외에 몇몇 대기업들도 검찰의 내사 대상에 올랐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CJ 비자금 문제는 이미 검찰이 과거 여러 차례 수사했던 내용인데 굳이 여론몰이식으로 대대적인 공개수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결국 정부가 CJ 비자금 이슈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재계를 압박하려는 게 아니겠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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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무차별한 기업 때리기는 결국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법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마저 기업 때리기에 가세하면 결국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CJ를 겨냥한 검찰과 공정위의 수사가 다른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이미 SK와 한화그룹 총수가 구속된 상황에서 기업인에 대한 수사가 집중되다 보니 오너들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대기업의 경우 대규모 투자와 합작,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등이 지연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임원도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CJ에 대한 검찰수사와 조세피난처 논란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정상적인 기업활동마저 위축될까 걱정"이라며 "결국 경기침체 상황에 기업활동마저 위축되면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수사 직격탄 맞은 CJ 경영 올스톱=검찰수사로 시작된 CJ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당장 경영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최고경영진은 이달 말부터 예정돼 있던 유럽ㆍ중국ㆍ동남아ㆍ미국 등 해외 출장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당초 CJ그룹은 중국에 '제2의 CJ'와 베트남에 '제3의 CJ' 등을 짓는다는 목표 아래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사전 현지 답사를 활발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검찰수사로 오너와 최고경영진의 손발이 묶이면서 사전에 예정된 해외정부 인사 및 기업 관계자들과의 미팅이 깨지면서 사업적인 타격은 물론 그룹 신뢰도 추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CJ그룹이 발표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및 채용 계획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CJ는 올해 3조2,000억원 투자와 역대 최대 규모인 7,200명을 채용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CJ그룹이 검찰수사의 장기화로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경우 투자와 채용 모두 전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룹의 모든 역량이 검찰 수사에 쏠리다 보니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부서는 일손을 놓은 채 24시간 대기 중이며 해외 파트 역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모든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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