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지금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수십년 만에 오는 심각한 경제수축기”라며 “상반기에 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엷어지고 있고 내년부터 좋아질지 어떨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 이코노미스트클럽 조찬 강연에 참석,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4ㆍ4분기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성장률 전망이) 다르다”면서 “4ㆍ4분기를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본다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침체가 지난해 4ㆍ4분기부터 본격화됐다고 판단하고 올해 1ㆍ4분기와 2ㆍ4분기도 비슷한 흐름으로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면 올 한해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 총재는 12월 금융통화위원회 때나 신년사 등을 통해 경기하강 속도가 워낙 가팔라 지난해 12월 초 내놓은 올 성장률 전망치(2.0%)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치긴 했지만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이 같은 경제 비상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ㆍ금융시장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정책 유효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기준금리의 조정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며 “앞으로 필요하다면 더 과감하고 통상적이 아닌 조치까지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공개시장조작 및 총액한도대출을 활용해 신용공급이 제약되는 부문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면서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 노력을 뒷받침하는 등 은행의 신용공급 여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