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카위 죽음에 아랍권 반응 교차
테러 공격 대상이던 요르단 '환영'…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 등은 '침묵'
자르카위 사망 소식에 하락세
김선일씨 부친 "알 자르카위 용서하고 싶다"
자르카위 사망, 부시 지지도 상승 계기될까
세계지도자들 자르카위 죽음에 '안도'
자르카위 죽음에 아랍권 반응 교차
이라크 내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무사브알-자르카위의 사망에 대해 아랍권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아랍권 양대 위성 방송인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는 8일 이라크 정부의 발표를 인용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자르카위의 사망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자르카위가 태어나고 자르카위의 테러 공격 대상이 됐던 요르단이 명확하게 환영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 등은 공식 논평을 자제했다.
아랍권의 한 복판에서 미국과 손잡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벌이는 테러공격에 맞서고 있는 이스라엘은 자르카위의 죽음을 가장 열렬하게 반겼다.
라난 기신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그의 죽음은 서구 민주주의와 온건한 아랍권 정부들의 위대한 승리"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아랍권의 주류 여론은 미국의 점령체제가 지속되는 한 자르카위 사후에도 이라크에서 폭력사태가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 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수니파 무슬림인 수힐 시하브는 로이터통신에 "당분간 이라크에서 유혈사태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과격한지도자가 사망하면 더 과격한 후계자가 출현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에 소재한 걸프연구센터의 무스타파 알라니 연구원은 자르카위가 죽었다고 해서 이라크 내 알-카에다 조직이 와해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집트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의 디아 라시완은 "자르카위는 최근의 이라크폭력 사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자르카위 제거 효과를 과장해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랍권에서는 또 자르카위가 아랍이슬람권의 주도 국가였던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점령에 저항하는 성전을 벌이다 순교했다는 우호적인 시각과 더불어 이슬람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함께 나왔다.
레바논 학생인 사나 압둘-나비는 "이슬람 이미지를 망친 그런 테러리스트의 죽음을 애석해 할 필요가 없다"며 "다음은 오사마 빈-라덴 차례가 되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집트 변호사인 모함메드 나스렐딘은 "그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고 옹호하면서 "미국 사람들은 조국(아랍권)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인민저항위원회(PRC)의 아부 무자히드 대변인도 로이터회견에서 자르카위의 순교 여부를 떠나 점령이 계속되는 모든 이슬람 땅에서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동시에 겨냥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입력시간 : 2006/06/09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