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사고가 열려 있는 편이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해당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데려오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는 물론 실무자들도 이 때문에 빈번히 자리를 옮기고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근 한국금융투자협회의 한 인사에 많은 업계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금투협의 자율규제위원장직에 미래창조과학부 출신인 김준호 전 우정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자율규제위원장직에 김 전 본부장이 적합하다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별말 없이 이를 받아들였을 터다. 금융투자업계를 떠난 지 4~5년이 된 황영기 현 금투협회장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것도 그의 능력이 금융투자업계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김 내정자의 경력이 금융투자업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 금융사들에 민감한 자율규제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자율규제위원회는 금융투자업계의 조타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업계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방향잡이'다. 금융투자업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업무 수행이 어려운 자리다. 또 협회 내에서 하나뿐인 부회장직이기도 하다.
김 내정자를 둘러싼 관치 논란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감을 통해 이번 인사가 미래부와 기획재정부 간의 고위 퇴직 공직자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맞교환' 인사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김 내정자가 왜 적합한지, 인사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어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한다는 금융투자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는 점을 금융당국과 협회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