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표장 '젊은 선수' 실종

13일 오전7시. 서울 서대문구 제3투표소인 서대문 천주교회에는 아침부터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투표 참관인 김모(45)씨는 "예전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기자가 3시간 동안 현장을 쭉 지켜봤지만 투표하는 20~30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전10시. 참관인 박모(42)씨는 "우리 애들한테 투표하라고 했더니 '알았어요'라며 짜증만 내더라"며 "나이든 사람이야 어떻게든 투표를 하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투표할지는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서대문 천연동에 사는 김모(22)양은 "부모님이 투표하라고 성화라서 (투표장에) 왔다"며 등 떠밀려 투표하러 온 것을 숨기지 않았다. 김양은 이어 "투표를 하기는 했는데 정말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한 번호에 몰아줬다"고 말하고는 휙 떠나버렸다. 선거를 축구와 비교하면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아트축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프랑스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어처구니없이 무너졌다. 16강 진출 좌절은 물론 전경기 모두 '무득점'이라는 오명을 남긴 채 초라하게 귀국하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봤다. 일부에서는 프랑스팀이 '운이 없었다'고 하고 '최고의 스트라이커 지단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중론은 프랑스팀이 '노쇠했다'는 것 즉, '젊은 선수'들이 거의 없어 체력이나 투지면에서 상대팀에 제압당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를 볼 때 '젊은 선수'들이 모두 빠져버린 투표결과는 아트축구의 쇼크만큼 아찔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학연ㆍ지연이 후보선택의 기준이 되고 금권선거가 판치는가 하면 자질 이하의 후보가 당선되는 기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젊은 층의 투표 무관심으로 이 모든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투표장에 젊은이들이 없다"는 얘기가 상식이 돼버린 지금에는 '젊은 선수'들이 이 같은 나쁜 결과를 방조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김홍길<정치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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