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대형마트 일요 의무휴업 2년] 전통시장 살리기는커녕 부작용만 속출… 명분·실리 모두 잃어

■ 누구를 위해 문닫나

포퓰리즘에 '최악규제' 변질… 대형마트 휴무 확대 직격탄

3년째 마이너스 성장 빠져… 투자·일자리 감소 악순환

농어민·마트 입점업체 등도 제때 납품 못해 판로 막혀

유통업계 피해 연5조 달해



시행 2주년을 맞은 대형마트 일요 의무휴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국내 유통산업은 물론 내수까지 옥죄는 '원흉'으로 변질돼가고 있다. 최대 명분이었던 전통시장 활성화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대형마트는 매출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대형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와 소상공인 역시 제때 납품하지 못해 재고를 떠안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결국 애꿎은 소비자만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명하는 조항이 신설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각 지자체는 관내 대형마트에 대해 매월 1~2회 의무휴업을 도입하고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8시까지 영업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듬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국으로 본격 확산됐다. 의무휴업일은 월 2회로 확대됐고 영업시간도 자정에서 다음날 오전10시까지로 강화됐다. 대형마트가 희생하고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정치권의 논리에 반대 의견은 철저히 묵살됐다. 제대로 된 공청회 없이 여론에 밀려 밀어붙인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

결국 시행 2주년을 맞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산업 곳곳에 부작용만 양산하는 '누더기법'으로 전락했다.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에 따른 실익과 장단점이 검증되지 않았기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유통산업에 가져온 폐단은 이미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


규제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는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도입되기 전인 2011년만 해도 대형마트는 전년보다 2.9% 매출이 늘었지만 2012년 -3.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이듬해에는 다시 5% 줄었고 지난해에도 3.4% 감소해 실적 부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생 유통산업인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의 등장으로 유통창구가 다양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규제가 대형마트 실적 하락에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화되는 유통업체 규제로 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에 맞설 성장 전략은 고사하고 매출이 줄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 가면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까지 축소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통 업계 전반에 걸친 폐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 규제 이후 매출 감소를 제외한 유통 업계의 피해가 연간 5조3,37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부문별로는 대형마트 납품업체가 3조1,329억원으로 가장 심각했고 1차 생산자인 농어민과 대형마트 입점업체도 각각 1조6,545억원, 5,496억원에 달했다. 한국유통생산자연합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2년 동안 대형마트에 신선식품을 납품하는 농어민의 매출이 무려 2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속전속결로 도입하면서 국산 농수산물의 판로가 가로막히고 있다"며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값싼 수입 농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농어민은 이제 스스로 판로까지 개척해야 하는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영업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의 주권과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대형마트 3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양측의 항고로 최종 판결이 남았지만 법원이 소비자 선택권에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명시한 유통산업발전법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견해가 높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대형마트 규제는 한국규제학회으로부터 19대 국회 의원입법 중 '최악의 규제'로 꼽힐 정도로 소비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라며 "경제민주화의 구호에 사로잡혀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