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22명으로 전년대비 0.07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2010년 출생ㆍ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은 1.22명으로 2009년(1.15명)보다 0.07명 증가했다. 2007년(1.25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수는 47만명으로 전년보다 2만5,000명(5.6%) 증가했다.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는 9.4명으로 2009년대비 0.4명 증가했다.
출산율이 이처럼 증가한 이유로는 황금돼지해 효과와 베이비붐 세대 효과가 꼽히고 있다. 2006년 결혼하기 좋다는 쌍춘년, 2007년 아이를 낳으면 좋다는 황금돼지해가 겹치면서 2007년 당시 합계출산율이 1.25명까지 늘었는데 당시 출산했던 부모들이 지난해 대거 둘째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출생아 중 둘째아이는 총 18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7% 증가해 첫째아이 증가율(2.1%)의 세 배가 넘었다.
베이비붐 효과도 출산율 증가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6ㆍ25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이른바 ‘베이비붐 2차세대’를 이뤘는데 이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베이비붐 3차세대를 꾸리기 시작했다는 것.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향후 수 년간 인구구성비로 보면 출산율이 늘어날 기반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를 낳자는 정부차원의 출산장려책도 상당부분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출생아 중 셋째아이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7%로 1985년(10.9%) 이후 2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09년 대비로 셋째아 이상은 무려 19.3%나 늘었다. 서 과장은 “셋째아 이상 출산율은 출산통계 중 가장 움직임이 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출산율 증가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쌍춘년ㆍ황금돼지해에 따른 효과는 2007년에 나타났든 한 해 반짝하고 마는 단기적 효과다. 베이비붐 2차세대 효과 역시 향후 4~5년까지만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인구피라미드가 198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항아리 구조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4~5년 뒤부터는 아이를 낳을 사람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급격한 출산율 감소는 이미 예고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사망자수는 25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8,000명 증가했다. 1994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수를 기록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지난해 이상고온, 기습한파 등 이상기후의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 1,000명당 사망자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은 5.1명으로 최근 10년간 통계와 차이가 없었다”며 사망자수 증가가 통계적으로 큰 의미는 갖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