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반응]겉으론 환영, 속내는 긴장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특별강연을 지켜본 재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겉으로는 환영, 속으로는 긴장`이란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재계는 일단 노 당선자가 재계의 이익과 첨예하게 맞서는 집단소송제 등 3대 개혁과제와 관련, `기업인과의 토론`을 강조한 데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연설문을 낭독한 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저항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내 조세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뜻을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진의를 파악하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우선 3대 개혁과제 등 재벌개혁과 관련된 총론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손길승 회장은 노 당선자를 배웅한 후 “솔직한 태도를 보였고 기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의 한 고위관계자도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는 CEO들의 잇따른 질문에 노당선자가 현재 인수위에서 검토 중인 방안들은 내각구성 후 기업인과의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상속ㆍ증여세 포괄주의 ▲총액출자제한 강화 등 3대 개혁과제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모아 새 정부 정책에 최대한 반영시키겠다는 뜻도 비췄다. 전경련이 주창한 민관 합동의 `국민소득2만달러위원회` 발언에 대해 노 당선자가 “결심이 서 있더라도 즉답하면 너무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면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수용 방침을 정하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긍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재계 관계자들은 노 당선자가 이날 밝힌 세제개혁 부분에 대해서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CEO는 “연설 후 가진 토론과정에서 노 당선자가 목청을 높여 탈루소득의 발본색원을 강조할 때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설 소식을 듣고 2ㆍ3세에 대한 대물림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지적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정확한 진위를 파악해봐야 한다”면서도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조세문제를 언급한 만큼 구체적인 사후조치를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쓸 만한 기업이 4대 재벌로 편입됐고 지나친 경제력 집중이 사회통합과 계층통합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노 당선자가 이날 강조한 민영화와 관련해 공기업 지배구조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노 당선자가 이날 “민영화된 기업이 CEO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로 변질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당초 연설문에 없던 내용을 강조한 점이 특정기업을 지칭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 당선자가 이날 거듭해서 `불안해하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상당수 기업인들은 여전히 새 정부의 갑작스런 경제정책을 우려하는 시각이 강하다”며 “노 당선자가 언급한 대로 앞으로 기업인 등 각계각층의 이해 당사자들과 다양한 토론과 대화의 장이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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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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