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내수시장 부진과 원자재ㆍ유류 가격폭등에 노동계의 하투(夏鬪)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조선, 유화, 건설, 정보기술(IT), 유통, 항공 등 전산업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비상경영 급속 확산=노동계가 하투에 나서면서 대규모 파업사태가 현실화 될 기미가 보이자 기업들이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가고 있다.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노사문제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한 기업의 관계자는 “노조가 수용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들고 나와 사태해결이 쉽지 않다”며 “불법 파업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비상경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노사문제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이미 비상상황이다. 고유가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은 강도 높은 비상경영을 선언해 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가 위기관리 대응 시나리오’를 지난 1일부로 2단계에서 최고단계인 3단계로 높였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열린 월례조회에서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지난달까지 유지했던 유가상승에 따른 비상계획 1단계를 지난 1일부터 2단계로 높였다. 자동차, 조선, 유화업체들도 속속 비상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데다 환율하락과 고유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자동차노조를 중심으로 노동계의 파업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주요 산업의 생산 및 수출 손실은 물론 하청 중소기업까지 연쇄적인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유화업체인 SK㈜도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 24시간 비상체제를 구축했으며, 삼성아토피나도 ‘생존원가 달성을 위한 대책회의’를 잇달아 가졌다. IT업계도 심상치 않다. 시스템통합(SI) 업계는 기업들의 전산설비 투자가 취소되거나 늦어지면서 수주물량이 전년대비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기돌파 전략 다각도로 마련=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정신무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수조원대의 이익과 관계없이 비상경영체제 구축에 돌입했으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이달 초 임직원들에게 “위기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항공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유가 내성을 키우는 한편 정부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말 태스크포스팀으로 운영하던 연료관리팀을 지난달 4일부터 정규조직으로 편입,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하고 나섰다. 아시아나는 유가가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설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을 감편하거나 운휴하는 방안을 세우는 등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지난 7일 유류할증료 도입을 건설교통부에 재건의한데 이어 석유부담금 및 석유관세를 면제하고 기상정보이용료 징수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SI업체인 삼성SDS도 200명 안팎을 전자 등 그룹사로 파견하는 한편 일부는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