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소단박 조직/이근영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로터리)

최근 유통업계에 가격파괴 바람이 한창이다. 서울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대형할인매장들에 외국 유통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이제 전국의 상권을 대상으로 치열한 한판승부를 펼치고 있다.가격파괴 현상도 따지고 보면 소비패턴의 변화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유통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가격파괴가 가능하다는 것은 제품가격에서 직접원가 이외의 불필요하게 부가된 원가요인이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값이면 좋아야 하듯, 같은 제품의 경우라면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 먹는다」는 속담처럼 값이 싸야 고객을 유인할 수 있으므로 창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경영으로 가격인하를 경쟁적으로 꾀하다보니 가격파괴 현상이 일어난다. 가격파괴를 통한 경쟁력 확보의 원리는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경영조직구조는 피라밋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조직의 정상에 최고경영자가 있고 그 밑에 임원, 중간관리자, 실무책임자, 실무자가 포진하는 위는 좁고 아래가 넓은 삼각형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삼각형조직은 당연히 결정단계가 길 수밖에 없다. 한때 일부 국내 기업들의 조직은 통상 결재단계가 10단계까지 있었다. 일하는 사람은 한사람이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의 수가 9명인 셈이다. 이렇듯 무겁고 두꺼운 조직은 파킨슨의 법칙에 따라 비대화, 관료화되고 정보가 차단됨으로써 의사결정이 늦어진다. 또 직무의욕은 조직의 규모에 반비례한다는 경험칙에 따라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직무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적정수준을 넘는 관리비용 부담으로 간접비가 늘어나게 되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 제고가 어려워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게 된다. 변화와 경쟁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는 산업사회에 길들여진 크고 경직화된 조직으로 생존이 힘들다. 다양하고도 빠른 변화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고 유연한 경량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둔 신속한 의사결정 조직만이 거센 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 모르나 일본경제가 85년 9월 「플라자합의」이후 엔화강세 현상에 직면하자 경소단박의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착수하여 국가경쟁력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우리 경제도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의 전환기를 맞아 고비용·저효율의 생산구조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 상황을 경소단박 조직을 방주삼아 극복한다면 고양이의 경쟁력을 호랑이의 경쟁력으로 키우는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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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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