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막강한 자본력과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하고 우리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해외 투자은행에 부러움과 질시의 시선을 보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투자은행인 증권사들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우리 증권사들은 증권 브로커 업무에 치중하면서 회사채 인수, 기업공개(IPO)업무 등의 기업금융 업무에 저가 출혈경쟁을 반복해오고 있다. 그 사이 인수ㆍ합병(M&A) 자문과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 그리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 구조설계 등의 고부가가치 업무는 외국계 주요 투자은행이 독차지했다. 자본시장에서 위험이라는 재료를 인수해 이를 다듬고 맛을 내 좋은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요리사인 증권사가 단순한 주식중개 업무에만 치중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는 우리 자본시장에도 진정한 요리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증권사의 발을 묶고 있던 규제를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 증권회사의 자본활용을 제약하고 있는 영업용순자본비율규제(NCR)를 일정 수준 완화해 위험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을 보다 키워나가야 한다. 또 증권회사의 업무권역별로 정보교류를 차단하고 있는 지나친 칸막이 규제도 완화해 기업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증권사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국내 5대 증권회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2조7,000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채권발행을 하는 경우 과연 어떤 국내 증권회사가 이를 인수할 수 있겠는가. 대형 투자은행이 출현해 우리 자본시장의 위험을 인수ㆍ가공ㆍ매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대출ㆍ 프라임브로커 등을 자본이 확충된 대형 투자은행에 새로이 허용해 M&Aㆍ증자 등을 통한 증권산업의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적절한 건전성 감독체계의 전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등 자본시장제도의 개선을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과 관련해서도 자본시장에 필요한 제도개선이 이뤄져 우리 시장에서 명장 요리사가 출현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