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쇼크'가 국제 석유시장을 강타했다. BP가 미국 알래스카의 프루도만(灣) 유전을 잠정 폐쇄하면서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BP의 이번 조치는 장기화하는 중동사태로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에 불을 붙였다. 미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의사를 밝히는 등 즉각 대처에 나서 유가 상승폭을 다소 줄었지만, 알래스카 유전폐쇄가 최대 수개월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가격 안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세계 제2위 석유회사인 BP는 알래스카 북부지역 프루도만 유전에서 발생한 송유관 원유유출 사고로 전체 송유관 35㎞ 중 73%인 22㎞를 교체하기로 하고 이날부터 송유관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BP 미국지사 봅 말로 회장은 "최악의 경우 송유관을 교체하는 데 수주 혹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BP는 이번 폐쇄로 하루 4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의 자체 생산량의 8%, 수입을 포함한 미국시장 공급량의 2.6% 정도다. 특히 미 서부지역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사용량의 20%를 알래스카에서 들여오고 있다. BP 관계자는 송유관 차단 이유로 "송유관 청소를 제때 하지 않아 관이 썩어 기름이 새어 나왔기 때문에 송유관을 차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2ㆍ4분기 73억달러의 순이익을 내는 등 최고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25년용으로 제작된 송유관을 '상태가 양호하다'는 이유로 29년째 사용하는 등 안전불감증에 걸린 BP에 대한 도덕성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알래스카 유전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 주말에 비해 2.22달러(3.0%) 급등한 배럴당 76.98달러로 오르며 지난달 14일의 사상최고가(77.03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고유가는 제품가격에 그래도 반영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셀프서비스 기준)은 갤런당 3.083달러(리터당 약 783원)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충격시의 가격 3.0117달러를 훌쩍 넘었다. 다만 미 정부가 사건발생 직후 석유공급 차질시 전략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밝혔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가도 시간외거래에서 소폭 하락, 한 때 배럴당 76.78달러로 거래됐다.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간의 교전이 한 달째 이어지는 등 중동정세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이상고온으로 인한 석유소비량 증가, 미국에 허리케인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가의 고공행진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필립 코간은 이날 칼럼에서 "고유가가 고금리와 결합하면 세계 수요감소와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