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액비자금 조성ㆍ횡령' 기업주 실형

"비자금은 경제질서 붕괴 초래… 죄책이 중하다"

15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고 36억원을 횡령한 기업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최근 법원이 기업인의 횡령ㆍ배임 등 `화이트 칼라'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득환 부장판사)는 회삿돈으로 비자금 153억여원을조성해 36억여원을 횡령하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S사안모(60) 대표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건설업계 관행상 비자금 조성ㆍ사용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나 비자금 153억원 중 횡령한 것으로 명확히 밝혀진 것이 36억여원에 이르고 비자금 계좌에 보관된 돈이 100억여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한 돈에 사용될 돈이 필요했다는 것 외에 조세포탈도 중요한 동기였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과 가족이 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고 범행 후 보관하던 비자금과 횡령액을 전부 회사에 반환했으며 세무조사를 받아 법인세 45억원, 소득세 31억원을 납부했다 해도 불법성과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기업주나 경영진 중 상당수가 비자금을 조성해 임의로 사용하는 관행이 있다고는 하나 관행이 불법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비자금 조성은 기업 투명성을 저해해 주주ㆍ채권자 등에게 손해를 입히고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려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비자금 조성을 위해 직원을 시켜 허위매출자료를 세무서에 내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도록 지시한 뇌물공여죄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부정한 처리를 청탁하고 공무원을 부패시킨 점에서 불법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이 다른 전과가 없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엄정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실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안씨의 지시에 따라 공무원에게 허위매출자료의 정상적 처리를 청탁하고 7천만원을 준 직원 서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안씨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15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70억∼80억원을 공사 관련 로비자금으로, 나머지 70억∼80억원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기소됐으며 수사 결과 36억여원은 횡령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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