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규제 중소·중견기업들까지 잡는다

판로 없어 모기업에 납품 증여세 부과 대상 '날벼락'<br>中企졸업 요건 법마다 달라 세제 혜택 등 혼선만 가중<br>"현장 무시한 탁상공론으로 기업활동 위축 등 피해" 지적


중소 전지설비 업체 A사는 국내 주요 1차전지 기업인 B사의 자회사로 B사 최대주주가 지분의 45%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생산품인 1차전지 설비는 국내에서 B사 이외의 수요처를 찾기 어렵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과점 상태라 모기업 외에는 판로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지난 26일 여야가 합의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안에 따라 이 업체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라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B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기업 간 거래마저 '일감 몰아주기'라며 과세하는 것은 현장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세계를 덮친 경제위기로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관련법의 혼선으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기업 규제를 위해 만든 규제안이 중소기업의 사업활동까지 위축시키는 등 법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적용 범위 모호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26일 여야는 합의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안은 일감을 받은 수혜법인의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오너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 수혜법인 전체 매출액 중 일감을 몰아준 비중이 30%를 넘으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문제는 규제가 적용되는 기업 범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및 중견 기업도 규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과세 대상 업체 관계자는 "내부 거래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사업 특수성에 대해 상공회의소나 회계사무소를 통해 설명해봐도 과세를 피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며 "어떤 기준 이상의 기업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식의 유연성과 유예기간을 두는 경과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졸업 요건 법마다 달라=내년부터 세법과 중소기업기본법상에서 규정한 중소기업 졸업 요건이 달라지는 것도 당장 중소기업의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 혼란을 주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또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일 경우 중소기업에서 제외돼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반면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는 기존에 있었던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경우와 함께 내년부터는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이거나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이 1,50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을 졸업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연매출 1,000억~1,500억원의 중소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으로는 '중소기업'이지만 세법으로는 대기업으로 분류돼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소 업계에서는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경영 계획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청 측은 "세법 기준은 10년 전에 만들어져 운영된 것으로 최근 통계자료를 만든 중소기업기본법 조항이 시대에 맞는 것"이라며 "다만 세법과 차이가 나는 만큼 자기자본 한도의 경우 세법과 같은 1,000억원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분은'중견기업'규제는 대기업=7월부터 시행된 산업발전법으로 '중견기업' 개념이 새롭게 생겼지만 정작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총 18개의 법률 및 시행령에는 중견기업 개념을 적용하지 않아 중견기업이 대기업 규제를 그대로 적용 받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15일 지식경제부는 내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산업발전법의 중견기업에 대한 정의와 지원근거 및 조세감면 혜택 등을 다른 법과 제도에도 적용하는 개선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중견기업 개념과 관련한 법제 간 충돌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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