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선율 따라 유럽 여행 떠나세요.”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 고봉인(21)이 국내 첫 독주회를 연다. 국내에서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다른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며 실내악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주회는 이번이 처음. 오는 31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독주회에 달린 부제는 ‘첼리스트 고봉인과 함께 떠나는 유럽 음악 여행’. 연주회에서 그가 들려줄 곡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 5번과 마뉴엘 데 파야의 스페인 조곡 모음곡,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사단조 등 세곡. 첼로 선율을 배경음악 삼아 감상하는 유럽 풍경화 한 폭을 떠올리게 한다. 베토벤의 작품은 구조나 양식 두 측면에서 모두 아름다운 전통 독일식 소나타. 2악장 선율이 아름다운 이 곡은 고전주의 틀 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베토벤의 낭만주의적 정서를 엿볼 수 있다. 파야의 춤곡 모음곡은 스페인의 열정과 자유가 물씬 풍긴다. 처음 독주회를 구상할 때는 파야의 곡 대신 슈만의 소나타를 떠올렸지만 결국 관객들에게 더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파야의 춤곡으로 결정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는 러시아의 광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그가 첼로를 처음 시작한 때는 8살이던 1996년. 현재 KAIST 교수인 아버지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있을 때 당시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단원인 벨만씨에게서 처음 첼로를 배웠다. 9살때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첼리스트 정명화의 눈에 띄었고 그녀의 권유로 97년에는 제3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청소년 콩쿠르에 나가 당당히 첼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 음대에서 다비드 게링가스에게 지도를 받고 작년부터는 하버드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97년부터 금호문화재단으로부터 악기를 대여받았고 지난해부터는 대학 선배이기도 한 요요마에게서 몬타냐 복제품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악기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는 질문에 “제 몸에 꼭 맞는 옷(?)”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