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DTI 정책 실패 인정 왜 못하나

지난 22일 오후6시30분. 늦은 저녁시간인데 정부과천청사 1층 브리핑룸이 북적거렸다. 갑작스럽게 3월 말로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연장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놓겠다고 해 기자들과 각 부처 공무원들이 부랴부랴 몰려든 탓이다. 발표된 정부 대책은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DTI규제를 부활하고 보완 대책으로 취득세를 절반 감면해주겠다는 게 핵심골자다. 이를 통해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한 각계 반응은 달랐다. 우선 금융업계는 DTI 완화 기간(2010년 9월 말~2011년 2월 말) 주택대출 증가액이 DTI규제 때(2009년 말~2010년8월 말)보다 줄어 이번 조치는 가계부채의 건전성 제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도 최근 중견 건설업체가 연일 도산하는 실정인데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취득세 감면에 대해 세금을 많이 걷는 국세는 유지하면서 지방세만 희생양을 삼는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후속대책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는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의 송광호 위원장이 반대하고 있어 입법과정이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같은 반발을 예상한 듯 "정책추진은 결국 선택을 하고 정책조합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얘기가 끝이다. 윤 장관은 브리핑 10분 만에 다음 일정이 있다고 곧바로 퇴장해 현장 분위기는 씁쓸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DTI 부활과 보완책에 대한 각계 반발의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정부의 태도다. DTI 규제완화 정책이 실패해 더 이상 정책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보다는 그럴 듯한 명분만 내세운 당당함만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 아닐까. 실제 브리핑 중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DTI 규제완화가 큰 효과는 없지만…"이라고 말을 흐리면서도 실패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국민적 신뢰를 찾는 방법은 쉽다. 명분만 내세우는 자신감보다 정책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자기반성에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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