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중동지역 소식이 국제 뉴스를 장식하지만 정작 중동의 속내를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동을 움직이는 건 각 나라의 왕정도 이슬람교도 아닌, 바로 강대국들의 음모다. 전세계 사용 가능한 석유의 90%가 중동에 매장돼 있지만 그 석유가 거래되는 곳은 미국의 거래소다. 영화 ‘시리아나’(원제 Syriana)는 중동 석유의 이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음모를 복잡하게 얽어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중동 정세 만큼이나 영화는 퍼즐조각처럼 얽히고 설키며 관객들의 뇌세포를 자극시킨다. 단순히 허구적 이야기로 보기엔 영화는 그 치밀함과 촘촘함으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네 명의 인물이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한물간 CIA요원 밥 반즈(조지 클루니)와 에너지 전문가 브라이언 우드먼(맷 데이먼), 변호사 베넷 홀리데이(제프리 라이트),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 와심(마자 무니르)이 그들. 중동지역 베테랑 CIA요원인 반즈는 중동지역 왕위 계승자인 나시르 왕자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나시르 왕자는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 코넥스가 보유하고 있던 천연가스 채굴권을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중국에 넘겨줬다. 미국은 나시르 왕자를 죽일 음모를 꾸미지만, 암살은 실패로 돌아가고 반즈는 CIA로부터 배신당한다. 에너지 전문가인 브라이언은 나시르 왕자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그만 사고로 아들을 잃는다. 그 일을 인연으로 브라이언은 나시르 왕자의 경제 참모가 되고 그의 개혁성향이 중동을 바꿀 것이라며 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변호사 베넷은 코넥스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 천연가스 채굴권을 잃은 코넥스는 채굴권 회복을 위해 왕자의 왕위 계승을 방해하는 동시에 카자흐스탄 유전 채굴권을 확보한 석유기업 킬린과의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다. 그러나 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의 부정행위를 조사하며 베넷은 이를 자신의 출세의 발판으로 삼는다. 아버지와 함께 코넥스에서 일하던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와심은 중국이 채굴권을 인수하자 직장에서 해고된다. 이후 와심은 자신을 존엄한 존재로 취급하는 이슬람교 학교에서 위안을 찾고 그곳에서 코넥스에 대한 분노를 키운다. 영화의 중심 축은 결국 미국의 음모다. 4명의 주인공은 모두 음모의 중심에서 일하지만 그 누구도 그 실체와 정확한 방향을 알지 못한다. 그 안에서 결국 개인은 몸 바쳐 실행해 온 음모의 소용돌이에 역으로 휘말리며 희생양이 된다. 영화는 “부패가 우리를 언제나 따뜻하게 해 준다”는 직설적인 대사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의 자본주의에 할리우드가 던지는 직격탄이다. 이 한마디를 던지기 위해 영화는 그렇게도 복잡한 그림퍼즐을 쪼갠 것이다.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각각의 이야기 구조를 분석해야 하는 수고로움만 감수한다면 영화의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