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존경하는 의원님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들을 만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모 의원은 말이 왔다갔다해. 믿을 수가 없어. 예전에는 이런 주장을 했다가 근래는 정반대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비난의 대상은 여야 구분이 없다.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모두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하는 소리가 다른' 줏대 없는 인사다. 지난달 말 만난 여당의 한 의원은 "어제까지는 친이계에 붙었다가 요즘 들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박계인 체 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4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이계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친박계로 관심이 쏠리자 일부 친이계나 중립 성향 의원들이 친박계 진영에 기웃거리고 있는 현상을 비판한 것이다. 소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은 당사자는 적반하장이라고 펄쩍 뛴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자신은 일관성 있게 행동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상대방에 대해 "항상 눈치를 보며 방향타가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쏘아붙였다. 여당이나 야당 내부에서의 비방은 여야 간 논쟁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벌이는 여야 간 다툼을 보면 아슬아슬하다. 한 여당 인사가 "지난 정부 때는 법안에 서명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찬성하더니, 야당됐다고 딴소리를 하는 철면피들이 한 둘이냐"고 성토하자, 이를 전해들은 야당 측 관계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자기들이 얼마나 무소신인지 잘 알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런 불신들이 쌓이다 보니 타협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횡행하고 해마다 '날치기' 사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날 선 논쟁은 심해지고 그만큼 불신의 벽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국회 상임위에서 위원장이 질의할 의원을 소개할 때 맨 먼저 이런 존칭을 한다.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 의원들도 발언 중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동료 의원에 대해선 '존경하는'으로 시작되는 경어를 사용한다. 참 듣기 좋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바로 서로 비난하고 얼굴을 붉힌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는 상대방을 끌어내려야만 자신이 부각되고, 다른 사람보다 목소리가 커야지만 이긴다는 믿음을 가진 정치인이 많은 것 같다.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하는 풍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먼저 이런 부정과 불신의 문화부터 고쳐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국회에서 "저 의원 말은 들을 만해, 저쪽의 주장도 한번 고려해봐야 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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