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3월 22일] 스마트폰의 교훈과 삼성·LG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휴대폰 강국인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컴퓨터 회사인 애플과 인터넷 업체인 구글이 휴대폰 기능과 컴퓨터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기존 휴대폰 업체의 시장이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앞으로 벌어질 스마트폰시장의 불꽃 튀는 경쟁과 업계 재편을 보며 우리는 기업과 제품의 수명이 극도로 짧아지고 오늘의 선두기업이 내일의 패배자로 전락하는 전방위적 경쟁을 실감하게 될 것 같다. 삼성과 LG에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좀더 빨리 휴대폰과 인터넷 기능을 통합하는 데 착안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기술과 제품의 융합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일반적으로 확립된 인식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동일한 기업 또는 그룹 안에서 휴대폰과 컴퓨터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부문의 융합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지 못한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사업과 컴퓨터 사업 간의 소통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더욱 쉽고 간편한 인터넷검색을 바라는 소비자의 잠재적인 욕구를 꼭 집어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휴대폰의 디자인을 바꾸고 음성과 문자의 전송기능을 고도화하는 데 몰입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미처 못했을 수도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휴대폰의 성공이 파놓은 덫에 빠졌을 수도 있다. 자만과 방심으로 경영을 그르쳤다는 게 아니라 꼭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반성을 해야 참다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뒤진 이유로 모바일컨텐츠 업계의 생?계적 폐쇄성이 지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개발 업체와 수요 업체 간에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가 고착돼 있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아이폰의 앱스토어는 수평적으로 개방돼 누구라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장터에 내놓을 수 있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할 수 있으며 수익분배도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경우를 보면 개발업자와 수요자 간의 개방적이고 상호 윈윈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주지 못하면 그 어떤 지원책도 약효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강국 위상이 흔들리면서 세간에는 정보통신부의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업계와 과거 정통부출신인사 및 관련 전문가들이 이러한 주장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관할 행정조직의 구도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정부처의 존폐를 논하기에 앞서 산업정책적인 공과와 과제를 먼저 규명하는 것이 합당한 순서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부터 모든 이동통신단말기에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WIPI)을 의무적으로 탑재하게 했다. 이 때문에 블랙베리 등 외국스마트폰 업체들의 한국진출이 어려워 국내시장은 독점화돼갔고 국내통신사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위피용 프로그램개발에 치중하게 됐다. 그 외에 데이터통신요금이 비싸다든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폐쇄적인 행태를 견지한 점 등도 지적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진출이 늦어진 것은 기업의 태만, 폐쇄적인 산업생태계, 그리고 정책적 과오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다행히도 아이폰의 돌풍이 몰고온 충격이 자극제가 돼 국내기업들은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휴대폰의 세계적 선두주자로 크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능력을 고려하면 2~3년의 격차가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애플과 구글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만 가지고는 결코 진정한 선두는 될 수 없고 개방적ㆍ수평적 사고로 전환해야 급변하는 상황에서 경쟁기업에 앞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도 웹 2.0시대에 적합한 경쟁촉진적 정책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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