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북한과 이란
최윤석 국제부 기자
최윤석 국제부 기자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던 지난 22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는 이란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려하는 사설이 실렸다.
‘이란 내 익숙한 근거’라는 제목의 사설은 검증되지 않은 근거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강경론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 근거가 익숙한 것은 이라크 전쟁도 ‘검증되지 않은’ 근거가 발단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핵무기개발 의혹을 받아온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완전 중단하기로 유럽연합(EU)과 합의했다는 최근 보도가 나온 직후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이란 반정부단체의 주장을 인용해 이란이 내년에 핵무기를 생산하는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는 새로운 내용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파월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문제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핵심이 되는 물질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이란에 으름장을 놓았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2일부터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23일에도 부시 대통령은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에서 이미 분명해졌듯 미국의 핵개발 의혹은 당사국의 의사표명이나 중재국의 검증으로는 풀리기 힘들다. 미국 자신들의 잣대로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핵개발 의혹은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 의혹이라는 것이 원래 사실 가능성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질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렇다기보다 미국의 테러불안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유럽의 노력으로 평화적 해결기미를 찾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의 근거 없는 압박은 이란 핵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IHT 사설을 보면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의 중재노력이 얼마나 험난한 미래 앞에 놓여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yoep@sed.co.kr
입력시간 : 2004-11-24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