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ㆍ경영난 등으로 관할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는 법인ㆍ개인사업자가 2000년대 들어 연 평균 76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99년에는 평균 54만 개에 불과했으나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폐업업체 가운데 개인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대 들어 평균 93%를 기록하는 등 폐업신고가 전하는 현 경기지표는 어음부도율 및 부도업체가 나타내는 장밋빛 전망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어음부도율 및 부도업체 규모는 2000년대 들어 사상 최저 행진을 이어가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 이면에는 종이어음의 급격한 유통감소가 한몫을 담당,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이어음 유통규모가 줄고 전자결제 수단이 보편화되면서 예전처럼 돈을 갚지 않아도 부도가 아닌 연체로 기록되고 있다. 4일 본지가 재정경제부ㆍ국세청의 97~2004년 세무서 사업자 신규등록 및 폐업신고 현황과 한국은행의 어음부도 업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개인ㆍ법인사업자는 신설ㆍ폐업시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죽은 통계(?)로 지목되고 있는 어음부도 업체보다 좀더 정확히 경기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폐업신고의 주된 이유가 부도ㆍ경영난 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폐업신고와 어음부도 업체 괴리 커진다=세무서의 폐업신고 업체는 97년 34만673개에서 98년 64만6,270개, 99년 63만5,859개 등으로 97~99년에는 평균 54만934개를 기록하는 등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폐업신고 업체는 2000년대 들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 71만5,087개, 2002년 80만261개, 2003년 85만7,033개, 2004년 73만1,160개 등으로 평균 76만개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보다 폐업신고 업체가 늘어난 셈이다. 이에 반해 어음부도 업체는 97년 1만7,168개에서 98년 2만2,822개로 상승한 뒤 99년 6,718개에서 꾸준히 감소ㆍ보합을 유지하면서 2004년에는 4,445개까지 내려앉으며 폐업신고와 정반대의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어음부도 업체와 폐업신고 업체간 간극도 커지고 있다. 97년에는 어음부도 업체보다 폐업신고 회사가 19.8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2000년에 이 배율이 106.8배로 늘었고 2002년에는 188.6배, 2004년에는 164.5배를 기록하고 있다. 어음부도 업체의 100배가 넘는 회사가 폐업신고를 하는 셈이다. ◇폐업신고 업체 9개는 법인 아닌 개인=세무서에 폐업신고를 낸 업체 가운데 대다수가 개인사업자다. 총 폐업업체에서 개인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54.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개인사업자 비중이 83.6%로 상승하더니 2001년 96.5%, 2003년 95.2%, 2004년 95.6% 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배율(폐업신고 법인 대비 신규 사업자등록 법인)도 2002년 2.3에서 2004년 1.8로 하락했다. 창업배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순창업 활력이 크다는 의미다. 반면 법인 어음부도 업체를 기준으로 한 창업배율은 2002년 22.8, 2004년 17.7 등을 기록하고 있다. 어음부도 업체를 기준으로 한 창업배율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폐업신고 업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폐업신고가 전하는 경제 상황은=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악화보다는 예전보다 회사설립 및 폐업이 쉬워진 점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폐업신고는 가계ㆍ기업의 체감경기가 2000년대 들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폐업신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어음부도 통계의 낙관적 분석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가 경기가 좋다고 말해도 가계ㆍ기업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폐업신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출이 늘고 성장률이 상승해도 그 과실이 고루 퍼지지 않는 단절효과도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에 따른 혜택이 고루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