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B 코피티션 생태계 구축하자] IB인력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 절실

대부분 체계적 프로그램 없이 도제식 교육

금융투자교육원도 참여 어려워 효과 미미


국내 투자은행(IB)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속 임직원에 대한 체계적 실무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뛰어난 리더가 앞장서 조직을 이끌어도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도출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 IB와 4대 회계법인, 금융당국 등 업계 핵심 관계자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중복 응답 가능)에 따르면 업계의 인력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전문가(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36%로 1위를 차지했다. 내부 또는 외부기관 교육을 통해 자체적으로 인력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설문에 참여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이들을 통해 '노하우(경험)'를 전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부적으로 인재육성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IB의 경우 사내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이면서도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계 IB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에 입사하려면 일단 평균 20차례 정도의 면접단계를 거쳐야 한다. IB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 선발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입사 후에는 집중연수 프로그램으로 업무에 앞서 실무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연수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골드만삭스 유니버시티', 임원급을 위한 '파인스트리트 리더십 프로젝트' 등의 교육과정이 쉼 없이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골드만삭스는 해외 IB 시장에서도 '인재 사관학교'로 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역시 소속 임직원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외부 조언기관과 내부 협의회를 운용하며 임직원 및 외부 인사 간 토론·교류 등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임직원의 업무수행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BOA-메릴린치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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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국내 IB는 도제식으로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회사 차원의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 없이 상사의 어깨너머로 업무를 배우게 하는 식이다. 한 국내 대형 증권사의 IB 담당 임원은 "당장 업계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인데 임직원 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내부적으로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교육기관조차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금융투자교육원이 올해 IB 관련 강의를 10과목 정도 운영했지만 대체로 짧은 기간(2주~1개월) 동안 퇴근시간 전부터 강의가 진행됐기 때문에 참여를 독려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교육효과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강의에 참석했던 한 대형 증권사 소속 대리급 직원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일찍 퇴근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사내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의진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강사는 대부분 국내 IB 소속 부장급·상무급 인사다. 외국계 IB 출신 강사는 강의진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국내 IB 소속 강의진조차 섭외가 쉽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강사가 계속 교육에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투자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강의에 나설 수 있는 분들 대부분은 소속 증권사에서 IB 실무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섭외가 어렵다"며 "결국 교육 때마다 비슷한 강사진이 꾸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IB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 IB, 관련 단체, 기관 등이 모여서 교육기관을 운영한다면 강사 섭외, 교육생 모집 등의 절차가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중장기적 공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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