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모가 거품제거 딜레마

공모가 거품제거 딜레마최근 코스닥 신규등록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IT기업들이 등록이후 연일 급락하고 있고 인수경쟁을 벌였던 주간증권사들은 시장조성 여부로 고민하고 있으며 전방시장격인 코스닥시장의 약세로 제3시장은 꽃이 채 피기도 전에 찬서리를 맞고 있다. 난립했던 창투사의 상당수가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벤처기업가들도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고민에 빠져있다. 이러한 신규종목들의 약세가 끊임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어렵게 활성화시킨 국내 벤처붐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일고있다. 이러한 신규종목들의 약세원인은 무엇이며, 시장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우리는 1년전까지만 해도 벤처기업이 향후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라 믿었고 우리의 열정과 기술력에 대해서 과신하고 있었다. 또한 유통시장에서도 밀레니엄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IT기업들의 엄청난 프리미엄을 인정하려 했다.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로커스, 핸디소프트 등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공모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1조원 시대를 열었고 많은기업들이 IT관련사업 진출 및 인수합병을 통해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을 시도했다. 이와같은 사회현상으로 코스닥 신규등록기업들의 등록이후 상한가행진은 당연시됐고 유통시장에서 많은 자금이 빠져 나와 엔젤조합, 창투사, 프리코스닥 펀드에 몰려 발행시장은 초호황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美 나스닥 첨단주들이 거품 논쟁속에 조정을 받으면서, 코스닥 종목들도 조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닥시가총액 1위 한통프리텔은 시가총액 국내1위인 SK텔레콤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지적속에 우선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그 이후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선점 효과는 있다고 하지만 수익모델이 미약한 닷컴기업들이 추가로 조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 SI, NI, 통신장비, 네트워크 장비 등 IT기업 제반에 대해 의구심이 붉어지면서 거래소와 코스닥의 프리미엄갭이 해소되고 있다. 결국은 수익모델과 주가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공모가거품을 제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 등록기업들의 공모가거품이 제거되는 것은 어떤 결과로 귀결할까? 따지고 보면 올해 2월이후 지속적인 시장 약세는 높은 공모가 및 등록이후 상한가행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통상적으로 IT기업의 경우 코스닥 등록시 본질가치의 20∼30배 이상에서 공모 가격이 결정되고 그 이후 평균 10일정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그 종목은 거래일수로 30일이 지난 이후 주식가격이 본질가치의 40∼50배 되는 수준에서 지수에 편입되게 됐고, 결국 거품이 조금이라도 걷히기 시작하면 코스닥 시장 약세로 연결됐다.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문제점을 제기함에 따라 결국은 수요예측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쪽으로 개선책이 도출됐다. 또 시장의 장기침체로 등록이후 상한가 행진이 현저하게 줄었고 주가조작사건까지 발생, 결국 신규등록종목 위주로 매도세가 집중되는 「역버블」 현상도 발생하게 됐다. 발행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벤처기업과 창투사 모두가 우리사회의 새로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에 이르렀다. 신규등록종목들의 주가거품으로 야기된 문제점의 근본원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일단 공모가거품이 해소되는 것으로 공급 측면에서의 부담은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판단되며 적절한 조정을 거친 이후에 지수에 편입된다면, 코스닥 지수는 보다 가볍게 날개짓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벤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자산의 부실화로 인해 유통시장에서의 매수 여력 감소되는 등 공급상의 부담축소분을 상쇄하지 못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의 고리는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에서 공모가거품 제거 현상은 또 다른 딜레마를 시장에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급백화점 쇼핑시 실제가보다 높게 구입할 용의가 있는 것처럼, 가짜물건이 판치는 혼탁한 시장에서 값을 깍으려는 노력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시장의 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제대로 된 회사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등록되는 것이 우량 벤처기업의 인증서로 인식될 때까지는 시장의 조정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노근창 신영증권 조사부 코스닥팀장 입력시간 2000/07/31 14:1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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