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9일] 미국산 쇠고기의 '숨바꼭질'

#1. M수입유통업체는 며칠 전부터 신촌의 H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공급했다. 그런데 H식당의 한 관계자는 ‘물건’을 받은 적이 없고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팔 계획도 없단다. 지난주 말까지 부산 냉동창고에 묶여 있던 뼈 없는 미국산 쇠고기 5,300톤 중 80%인 4,300톤의 물량이 검역합격증을 받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2. 강남에 있는 S식당. 메뉴판으로만 보면 이 식당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10월 미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후에도 검역 중단 이전에 확보한 물량으로 지금까지 줄곧 미국산을 팔아왔다. 다만 메뉴판에 표시하지 않고 단골 고객에게만 팔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미국산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원산지표시 위반인지 여부가 애매모호하다. “촛불이 무서워서요”라는 게 이 식당 주인의 해명이다. #3. 지난주 말 80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42명이 연행된 가운데 경찰이 무력시위대에 웃통이 벗겨진 채 끌려다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또 증인 채택 문제와 설거지론 등을 둘러싸고 여야와 신구 정권 간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쇠고기 청문회는 열리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4. 29일 새벽 미국산 LA갈비가 4년7개월 만에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이 쇠고기는 검역원이 연령표시(30개월 미만 여부), 한국용 품질관리시스템평가(QSA) 인증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검사한 후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다. 하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협상 타결 이후 처음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여론의 높은 관심에 부담을 느껴 어느 지역 검역원이 검사할지를 두고 지역 검역원끼리 눈치 보기를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공식 판매하고 있는 일부 수입쇠고기 전문점을 제외하고 상당량의 미국산 쇠고기는 어디로 유통되는지 모르게 숨어버렸다. 이미 상당수 음식점으로 흘러들어가 원산지를 숨기고 판매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점에는 아랑곳 없이 촛불은 이미 수입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고 있고 여야는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검역원들도 자칫 잘못해 여론의 화살을 받을까 검역을 꺼린다. 모두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애꿎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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