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단기에 끝나고, 전쟁 와중에도 미국 기업들의 1ㆍ4분기 경영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은 최근의 단기급등으로 더 이상의 주가 상승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2~3주 사이에 증시에 여유자금이 대규모 유입되면서 주가를 밀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단기 급등이 헤지 펀드들의 단기 매수 작전인 숏커버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뮤추얼펀드와 연금기금등 장기 투자자들이 나서면서 시장의 신뢰를 쌓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거시 지표들이 여전히 악화되고, 석유수출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일 경우 기름값이 다시 올라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등의 악재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하락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뉴욕 증시는 이라크 전쟁이 끝난 이달초부터 상승세를 지속, 다우ㆍ나스닥ㆍS&P 500등 3대 지수가 모두 연초 주가를 넘어섰다. 23일 현재 매수 세력이 매도 세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일시적인 조정을 거치더라도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게 낙관론자들의 진단이다. 특히 경기 회복 초기의 수혜주로 인식되는 기술주와 금융주가 애널리스트들이 설정한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이라크 전쟁이 최선의 시나리오로 마무리되고
▲미국 기업들의 연초 수익이 크게 개선됐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임을 허락한 점등이다. 이에 따라 뮤추얼 펀드에 자금 유입이 크게 급증, 지난 16일 이전 1주일간 증권펀드 유입금액이 58억 달러로 1년 사이에 최고를 기록했다.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여유자금이 뮤추얼펀드로 들어오고, 이 자금 압력으로 뉴욕 증시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전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증시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FRB 내에 비관론자도 있지만, 대체로 그린스펀 의장의 `조심스런 낙관론`에 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연구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스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미국의 월간 성장률이 지난해 11월에서 1월 사이에 4%를 유지했지만, 2월에 1%로 둔화되고, 전쟁을 치른 3월엔 7%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1ㆍ4분기 성장률이 2~2.5%로 지난해 4ㆍ4분기보다 다소 높아지고,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 3% 이상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투자불안의 척도인 VIX 지수가 11개월만에 최저인 23.5로 급락했다. 안전한 투자종목으로 지목되는 미국 국채(TB) 가격이 하락하고, 그 반사 효과로 회사채 가격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은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투자자들의 기대 이하로 나타날 경우 주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FRB의 베이지북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초 사이에 미국 경제에 활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금과 91년 걸프전 이후의 미국 경제 상황이 크게 다르고, 당시엔 주가가 저평가돼 있으나 현재는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전후 랠리의 힘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수적 투자자들도 주가 상승의 시기를 놓칠세라 덤벼드는 것이 오히려 불안 요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