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장잠재력 훼손 심각" 공감대

국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계가 동시에 과학 기술개발(R&D)투자 확대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설 비투자가 바닥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향후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상실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설비투자가 감소하면 기업의 매출과 내부유보가 줄고 기업의 가치가 떨어져 기업 내외부의 투자여력 격감으로 이어져 다시 설비투자 감소로 연결되 는 악순환을 타기 십상이다. 여기에 노사분규 같은 외부요인이 더해지면 기업과 국민경제가 받는 충격은 더욱 커진다. 우리 경제가 바로 이런 악순 환의 입구에 서 있다. ◇세계경제 회복세에서 고립= 세계경제가 용트림하지만 한국은 철저히 배제된 상태다. 거대한 미국경제가 3.1%, 중국이 9.1% 성장하고 일본도 10년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수출 하나만 제외하고는 모든 지표가 바닥권이다. 국책ㆍ민간연구소들이연이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경기바닥권 통과를 선언하고 있음에도 우리 경제의 앞날을 자신할 수 없는 것은 설비투자 탓이다. 설비투자 추계증가율은 지난 2002년 1.6% 상승한 후 2003년에 -4.6%를 기록했으며 올 들어서도 2월까지 -0.4%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DI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93~97년 평균 9.4%에서 98~2002년에는 11.1%로높아진 반면 우리는 같은 기간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던 13.8%에서 11.2%로 떨어졌다. 수치만을 놓고 보면 가장 역동성 있고 미래를 자신하던 경제 에서 ‘그저 그런 앞날을 지닌 경제’로 전락한 셈이다. ◇기업, 설비투자 가능한 늦춘다= 문제는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올초부터는 설비투 자가 회복된다는 정부 전망과 달리 기업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움직 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출호조로 설비투자 압력이 세진 것은 사실이나 신규투자보다는 공장 풀가동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워낙 커 선뜻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를 미루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기업이 투자를 외면하는 한 경제전망도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서중해 KDI 연구위원은 “90년대 이후 OECD 회원국의 투자동향을 보면 설비투자와 R&D투자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90년대 후반부터설비투자 비율의 급속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향후 성장잠재력 훼손이 우려된다”며 “신산업으로의 투자확대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의 창출이 매우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용재원 재배치, 선택과 집중 필요'= 국회예결위의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투자확 대가 필요하지만 재원을 기약할 수 없는 환경에서 가용재원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은 최근의 정치권 개편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회가 교수 81명, 경제연구소 연구원 65명, 언론인 51명, 공무원 128명,경제단체 종사자 4명 등 329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의 핵심은 성역으로 간주돼온 국방예산과 농어촌 관련 예산을 줄이고 기술 개발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국내총생산의 3%까지 늘려야 한다는 도그마도 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R&D투자는 ‘선택과 집 중’의 원리를 따르지 않고 평준화해 지원한 탓에 성과를 못 냈다”며 “선두 R&D센터를 적극 육성, 세계적 수준의 센터를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 다. 구본제 과기부 기초과학인력국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달성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혁신체계(NIS) 구축이 필요하다”며 “R&D예산배분을 통해 기초적이고 포괄적인 과학기술의 개발에 주력하고 개개 제품(End Product)의 생산은 기업에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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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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