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5대그룹 여신회수 의미] 정부, 재벌개혁 배수진

정부와 5대 재벌간의 힘겨루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정부는 그동안 빅딜성사를 놓고 5대 재벌을 압박함과 동시에 재벌개혁을 위해 경영투명성확보, 상호지보해소, 편중여신방지, 지배주주의 책임강화 등 각종 재벌개혁장치를 마련해 왔다. 이같은 각종 장치중 재벌의 부채의존식 문어발경영을 근본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편중여신방지장치가 4월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재벌개혁이 더디다는 국내외의 비판과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 등 정치일정을 고려, 조기에 재벌개혁을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편중여신 방지장치를 예외없이 실천하고 일부는 당초 예정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재벌에 대한 포위망이 구축됐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당국자는 『5대재벌은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핵심계열사를 매각하고 부채의 출자전환을 받아들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정부의 주문에 대해 지금까지는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더이상 지체할 경우 자금난에 봉착할 것이라는 경고다. 5대재벌개혁을 위해 정부가 그동안 만들어논 그물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재벌그룹이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달아날 길이 더이상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재벌그룹은 국내금융시장에서 더 이상 빚을 늘릴 수 없다. 회사채및 CP발행을 통한 신규자금조달은 완전히 봉쇄된 상태다. 편중여신 방지장치의 작동으로 은행들은 재벌에 대한 여신을 회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동일인, 동일차주, 거액신용공여한도제 등은 모두 5대재벌에 대한 편중여신시정을 노린 것이다. 외국계은행의 국내은행인수와 미래의 상환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자산건전성강화방안은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모른다. 정부는 뉴브리지와 HSBC에 제일, 서울은행을 매각하면서 재벌여신의 급작스런 회수를 막기위해 다른 기업여신과의 평등조항을 마련했다. 그러나 평등의 기준이 애매하고 이미 뉴브리지 등은 편중여신의 일괄인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의 상환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자산건전성평가도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은행(IBRD) 산하 국제투자공사(IFC)는 지난해 하나은행과 장기신용은행에 자본참여를 하면서 미래의 상환가능성기준을 적용, 현대와 삼성의 주력계열사에 대한 여신도 부실여신으로 분류할 것을 요청해 큰 충격을 줬다. 과다한 부채비율과 현금흐름악화가 그 이유. 국내 모든 은행에 이같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은행들은 재벌계열사란 이유로 내줬던 대출의 상당부문을 회수하는게 불가피 하다. ◇정부 배수진 쳤다= 재벌들이 능동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작용도 예상외로 크다. 자칫 재벌그룹의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경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낳게 된다.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는 높은 실업율이 더 높이 치솟게 된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정부가 부작용을 우려해 뒤로 후퇴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벌개혁의 성사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국제시장의 실망을 초래해 국가신인도회복이 더뎌지고 외국인직접투자에 악영향을 준다는 게 첫번째 부작용. 더 큰 부작용은 재벌부실이 예상외로 크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돼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기존에 약속한 재벌개혁일정을 예정대로 시행하면서 편중여신시정을 위한 유예기간을 당초 예고보다 앞당기는 등 개혁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해말로 이업종간 상호지보를 대부분 해소토록 해 5대재벌을 한덩어리가 아닌 업종별로 분리해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정부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배경이다. ◇5대재벌 빠져나갈 구멍은= 유상증자, 전략적제휴, 잉여재원의 활용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부채상환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5대재벌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자금경색을 막아주기 위해 대출을 늘리는 방식은 이미 통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포기를 감수하고 핵심계열사에 대한 부채의 출자전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자를 유치, 한번에 재무구조우량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구노력으로 우량계열사의 매각을 통한 자체재원 조달노력을 병행하고 증자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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