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MRO 시장 갈수록 혼탁해진다

< MRO:소모성자재 ><br>중견·대기업 진출 잇달아<br>납품단가 인하 과열경쟁도<br>중소업체들 생존권 위협


수도권에서 전동공구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이모 사장은 최근 폐업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기업 MRO업체와 10년 넘게 거래해온 그는 한때 월 3억원에 달하던 납품물량이 20만원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회사 운영비조차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RO업체들이 앞다퉈 최저가 입찰제를 도입하면서 납품단가가 낮아지는 바람에 가격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MRO업체들이 제조원가 수준에 물건을 납품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며 "인건비와 운영비를 고려할 때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어 더 이상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째를 맞는 소모성자재(MRO)시장이 대기업들의 잇단 진출과 과열경쟁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최근 MRO사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중견그룹까지 앞다퉈 계열사 등을 통해 MRO분야에뛰어들고 있으며 제한된 시장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납품단가 인하라는 출혈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입찰제나 납품업체간 경쟁체제 등을 통해 무리하게 납품가격을 낮추다 보면 자칫 기업들에게 공급될 각종 자재의 품질수준이나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업조정 신청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제조업체들도 원가인하 압박으로 고사 지경에 내몰린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소공구상의 연합체인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는 이 같은 위기상황에 맞서 사업조정절차를 밟고 있는 4개 대기업(서브원, 아이마켓코리아, 엔투비, KeP) 외에 9월중 웅진 및 SK를 상대로 추가로 사업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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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협회의 방경수 전무는 "MRO업체들이 연평균 2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3~4년 내에 중소유통업체들이 모두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돼 사업조정 신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25개 대기업 MRO업체들의 매출규모는 모두 21조원에 달해 10년새 7배나 팽창했으며 국내 1,000대 제조업체 가운데 MRO서비스를 도입한 곳도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중인 공구분야의 사업조정절차도 4개월간 뚜렷한 성과를내지 못한채 진통을 겪고 있다.

중소공구상들은 대기업측에 ▦MRO사업의 확장금지 ▦현재납품중인 중소유통업체 보호 ▦MRO업체의 정부조달시장 진출 규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에 맞서'MRO사업을 사업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반박하며서 협회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브원의 한 관계자는 "MRO산업은 지난 10년간 지속돼온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조정의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중소기업과의 상생ㆍ협력을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마켓코리아의 한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협회측과) 합의점을 찾은 것이 없고 조정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MRO시장이 도입 10년째를 맞아 질적 성장단계에 진입해야 할 때"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적정품질과 적정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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