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12월 7일] 은행 外債관리 강화해야

최근 두바이 사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은 한때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금융위기의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하면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 의사를 발표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추후 상황전개에 따라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 외채가 많은 국가들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 또 다른 시장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한때 성공신화로 불리던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은 당혹스럽다. 사막의 두바이는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해 '중동의 물류ㆍ금융ㆍ관광허브'를 지향하는 성장전략을 취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인프라 건설 및 부동산 개발사업을 전개했고 최고급ㆍ최고층 랜드마크 빌딩 건설을 통해 중동의 허브 선점에 나섰다. 한편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고유가와 세계적인 저금리에 힘입어 대폭 증가한 국제유동성이 두바이로 유입되면서 두바이의 부동산시장은 거품을 키웠다. 그러나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두바이도 외국자본에 의존하는 대규모 차입경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또다시 입증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바이 경제는 큰 위기를 맞았다. 외채에 의존하는 경제는 급격한 외자유입 정지(sudden stop) 등 국제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두바이발 금융위기도 금융위기의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6년 이후 은행 단기외채가 급증하는 등 외채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은행의 단기외채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국내외 금리차에 따른 재정거래 차익을 얻기 위한 은행들의 외화 차입, 저금리 엔화자금 차입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국내 기업 및 펀드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따른 은행의 외화 포지션 조정 등 시장요인에 기인했다. 또한 외국 은행의 국내 지점에는 외화건전성 감독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외은 지점의 단기외채 관리가 적절하지 못했던 면도 있다. 이렇게 악화된 외채관리지표는 국내 외환시장의 혼란과 외화유동성 악화를 초래했다. 주요 외채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외환시장이 큰 혼란을 겪는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말 외환위기, 2008년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외환시장 혼란이다. 일반적으로 은행 외채 중 단기외채의 비율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비율이 높을수록 외화 유동성이 악화돼 국가부도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경험이 있는 나라들은 외채비율 상승이 국가부도 위험과 직결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반복되는 외환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외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높은 대외의존도, 취약한 외환시장 구조 등으로 외부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더욱 세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단기외채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은행의 단기외채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외은 지점에 외화건전성 감독규정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은 지점이 국내 외화유동성 공급이라는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외환시장의 쏠림현상 등 교란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화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그 밖의 요인에 대한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를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11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708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외채관리를 위해 다행이다.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진국과 통화스와프 확대, 아시아 통화협력, 원화의 국제화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경쟁력 강화를 통해 외화유동성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은행 시스템의 경쟁력 강화, 금융위험 요인의 적절한 관리,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선진국과 국제금융 중심지는 외채지표만 보면 취약해 보이지만 건전한 금융 시스템 및 금융회사 경쟁력으로 외화유동성 문제를 겪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드는 노력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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