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행정수도 위헌 결정 후 한달

[기자의 눈] 행정수도 위헌 결정 후 한달 박현욱 기자 박현욱 기자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진 후 갓 한달을 넘긴 지난 22일. 충남 연기군 금남면 용포리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의 사장은 “행정수도 이전 무산으로 땅에 투자한 외지인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이곳 주민들은 빚더미에 깔려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라며 한달 내내 쌓인 분을 삭이지 못했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을 전후로 충남 일대 땅값이 2~3배 올라 제때 땅 거래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날벼락 같은 위헌결정으로 애써 매입한 대체 농지들이 빚더미로 전락하는 상황이라는 것. 당시 이곳 농민들은 주변 땅값이 치솟자 멀리 부여ㆍ논산 지역까지 농사 지을 땅을 찾아나섰다. 어렵게 구한 땅들도 가격이 2배 이상 올라 상당수 보상을 전제로 빚을 내 사들였다. 정부가 후속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말에 한 주민은 당장 손사래부터 친다. 그는 “여기 사람 ‘두번 죽이는 일’ 하지 말고 당장 남아 있는 땅이라도 팔아 빚을 갚을 수 있게 규제부터 풀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6월 신행정수도 후보지를 선정할 때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후보지 주변지역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등으로 묶는 신속함을 보였다. 이후에도 당진ㆍ홍성군 등 주변지역까지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매기는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어 충청권에서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시ㆍ군만 15곳에 이른다. 하지만 위헌결정 이후 숨통을 터줄 움직임은 전혀 없다. 행정기관 이전의 대안이 마련될 경우 땅값 앙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 수 없다지만 믿을 수 없는 정책으로 상처받은 주민들의 가슴은 더 멍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이 투기지역ㆍ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된 것은 정부의 각종 개발정책이 원인이지 농민이나 주민이 원한 일이 아니다. 특히 생업을 가진 농민이나 주민의 피해는 무작정 땅을 사들이거나 이주자택지로 보상받으려고 나대지에 사람도 살지 않는 주택을 짓는 투기꾼들의 피해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주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긍휼(矜恤)의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할 시기다. hwpark@sed.co.kr 입력시간 : 2004-11-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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