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북한 경제발전, 핵과 병행 어렵다


올봄 들어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3월31일자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에 따르면 '자위적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핵 보유를 통해 안보문제도 해결하고 경제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까.

핵무장만으론 군비지출 줄진 않아

일단 북한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새로운 병진노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 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핵무력이라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국방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군비 부담을 줄여 경제건설에 집중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경제정책에서 내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과거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를 노동당 정치국 위원과 내각 총리로 선출했다. 또한 농업과 경공업을 인민생활 향상의 '주공전선'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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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핵무기를 가지면 군비 부담을 줄여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모든 핵 보유국들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핵 보유와 군비지출 사이의 상관관계는 이러한 기대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2년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5대 핵 보유국은 세계 군비지출의 1위부터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핵 보유국인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순위도 각각 8위, 17위, 33위다. 북한과 흡사하게 경제 후진국이자 인도라는 강대국과 맞서고 있는 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 이후 14년 만에 자국 화폐 기준으로 군사비가 무려 4배나 늘어나기도 했다.

아마도 후진국 가운데 핵무장 이후 경제 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1964년과 1967년에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실험, 그리고 1960년대 후반에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이를 '양탄일성(兩彈一星)'이라고 부르면서 국력 신장의 원천이었다고 간주한다. 실제로 중국은 양탄일성을 보유한 후 1980년대 말까지 군비지출을 억제해 경제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북한으로서는 가장 부러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외환경 개선엔 핵포기 전제돼야

그러나 중국의 경제 발전을 핵 보유 덕분으로 돌리긴 어렵다. 중국이 군비지출을 억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숙적이었던 미국ㆍ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대외적인 환경 변화가 주요했다. 동시에 이들 나라와의 관계 개선은 경제 발전에 필요한 재정적ㆍ기술적 지원과 무역 특혜를 수반했다. 아울러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노선 채택이라는 내적인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은 다르다. 핵 보유를 고수하는 한 경제 발전에 필요한 대외적 환경 조성은 어렵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군비 경쟁과 안보 딜레마의 격화로 군비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던 김정은이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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