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규모는 갈수록 늘어 2050년 100조원을 넘어서고 2060년에는 13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허술한 지출구조와 불합리한 부과체계 탓이 크다. 불필요한 장기의료시설 이용을 줄이기 위해 2008년에 도입한 노인장기요양보험조차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까다로운 지급절차 때문이다.
반면 건보가 적용되는 요양병원에 환자들이 대거 몰려 급여비 지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 1조원을 밑돌던 요양병원 급여비는 지난해 2조8,432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27%로 상급종합병원 등 다른 기관보다 2.5배나 높다. 작은 질병에도 수가가 비싼 종합병원 등 3차 병원부터 찾는 관행 또한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현재의 흑자재정을 이유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비롯한 건보적용 확대에 2018년까지 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건보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게 뻔하다. 보장성 확대에만 매달리다가 재정 건전성을 해치면 건보가 지속 가능하겠는가. 적자시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재원확보 방안이 시급한 이유다.
경제적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보료 부과체계도 문제다. 1년 반이나 개편안을 논의하다 고소득층의 반발이 무섭다고 꽁무니를 빼는 정부를 누가 믿겠는가. 애초 정부의 생각처럼 소득 중심으로 부과방식을 단순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다행히 이달 초 새누리당과 정부가 당정협회에서 개편을 다시 추진해 상반기 중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니 꼭 지켜지기 바란다. 과잉진료를 줄이고 건보재정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포괄수가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등 지출구조의 손질도 필요하다. 재정 안정성 없는 건강보험은 사상누각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