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9일] 유통이 '악'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2주년 라디오 연설에서 물가단속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일부 중간상인들의 독과점이나 담합으로 농민은 싼 값에 팔고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사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52개 MB물가'를 지정하고 물가만큼은 잡겠다고 자신하면서 그 핵심과제로 폭리를 취하는 유통업자들을 개혁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3년째 이토록 강조하는데 왜 유통구조는 좀처럼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는 걸까. 정부의 인식대로 일부 중간상인들은 '악의 축'일까. 정말 중간상인만 때려잡으면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는 물가가 잡힐까. 늘 지적되는 농수산물의 경우 구조적으로 유통마진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요즘 문제가 되는 배추의 경우 저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확 후 일주일 안에 식탁 위에 올라가야 한다. 이 짧은 시간 산지에서 식탁까지 옮겨지려면 유통업자들의 촘촘한 물류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며칠 새 4~5단계씩 손이 바뀌어 가며 이뤄지는 유통 시스템이 겉으로는 업자들의 폭리ㆍ돌려먹기로 보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지난 수십년간 민간 영역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나름의 시장질서다. 이런 유통구조가 정말 문제라면 정부가 하루바삐 개혁을 해 시장을 뜯어 고쳐야 한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가 더 잘 알듯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짜여진 유통구조가 칼을 휘두른다고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는 없다. 정부를 대신해 유통개혁의 중심이어야 할 협동조합은 스스로의 개혁의지도 잃은 지 오래다. 직거래 활성화로 일자리를 잃게 될 중간상인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엄연히 시장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체를 존재조차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통구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 없이 물가가 들썩일 때마다 유통만 걸고넘어지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정말 문제라면 제대로 개혁하든지 아니라면 물가 불안의 근본 원인이 뭔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지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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