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경제동맹 못하면 자유무역 경쟁서 도태"… 亞太 짝짓기 바람

[동아시아 경제패권 경쟁]<br>中 '아세안+3' 통합구상에 박차… 日도 아태경제협력 발벗고 나서<BR>내년 동시다발 권력교체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대두 가능성 커져<BR>"균형외교로 최대한 실리 챙겨야"



지난달 말 일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전 간사장은 한국을 찾아 정치ㆍ경제계의 고위인사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외교계에서는 오카다 전 간사장의 방한에 대해 '한중일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때맞춰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기업인 및 경제계 수뇌회의에서는 각국 정부에 대해 EPA 조기 체결을 통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경쟁구도와 협력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복잡한 셈법이 따르지만 한번 밀리면 자유무역의 도도한 흐름에서 도태된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전쟁에 불을 댕긴 것은 지난 12일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 소식이었다. 이 같은 한미동맹 강화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적지 않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한미 FTA가 동북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인게이지먼트(개입)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미국이 한국과의 FTA 체결을 서두른 것 역시 중국에 앞서 한국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태 지역에 부는 짝짓기 바람=중국은 중화경제권 확대와 함께 한중일 FTA를 추진함으로써 이른바 '아세안+3'라는 아시아 경제통합 구상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특히 장기적으로 선진국과의 FTA 협상 체결에 앞서 신흥경제국의 대표주자인 한국과의 FTA가 절실한 상황이다. 베이징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유럽ㆍ미국으로 향하는 수출 시장이 하반기 들어 싸늘하게 식고 위안화 환율 문제로 서방권의 무역 보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과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동 대응방안에는 물론 한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등 아시아 국가 간의 FTA 추진 가속화가 포함돼 있다. 이런 터에 한미 FTA 비준 소식은 중국은 물론 일본 등 주변국의 FTA 짝짓기를 가속화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 대표처의 양평섭 소장은 "한미 FTA는 중국을 비롯한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해 역내 경제통합에 있어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심을 심어줄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이 역내 경제통합의 전략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주요국 간 FTA 추진이 추동력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제통합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던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오는 11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TPP 교섭 참가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TPP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세안+3 구상에 맞서 미국이 주도하는 아태 경제협력구상 모델로 브루나이ㆍ싱가포르ㆍ뉴질랜드ㆍ칠레 등 4개국이 가입을 결정한 상태다. ◇경제통합의 주도권 확보해야=세계 주요국이 최근의 정세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내년이 선거의 해로 정치지도자의 교체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이 대권을 승계 받는 2012년은 미국(11월), 러시아(3월), 한국의 대선(12월)이 치러지고 북한도 강성대국 원년(4월)으로 잡고 있는 등 동시다발적 권력 재편기에 들어가 동아시아 경제ㆍ안보 역학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작을 이유로 무역보복 공세를 취하는 등 각국마다 자국의 일자리 창출이나 침체된 경기회복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각국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면 자칫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미국의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집권하면 제일 먼저 위안화 조작 제재 명령을 내리겠다고 공언하는 등 표를 의식한 국수적이고 선명성 있는 대외 정책 공약들이 나오면서 권력 이양기의 불투명성이 동아시아 정세의 불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불안정성은 먼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6자회담의 재개 및 진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차기 대권을 누가 잡든 간에 미국과 중국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폄으로써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또 한미 FTA로 한국이 향후 중국과의 FTA 협상 등에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시아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이 우리에 대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동맹을 핑계로 중국을 적대 혹은 봉쇄하는 미국 정책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직접적인 대중 공격 정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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