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시중에 돈의 흐름은 여전히 꽉막혀 있는 상태여서 경기호전 기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시중통화량의 근본이 되는 본원통화의 증가율은 올해 1.4분기중 평균 1%대에 불과,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요구불예금의 회전율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해 은행에 돈이 들고나는 빈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속에 시중자금이 은행권을 떠나 투신사의 단기금융상품에 몰리는 이른바 단기부동화 현상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원통화 증가율 최저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중 평잔기준 본원통화 증가율은 평균 1.5%에 불과, 분기 평균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작년 1.4분기의 6.9%는 물론 작년 4.4분기의 3.3%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며 지난해 연간 증가율 4.2%에 크게 밑도는 것이다.
올들어 월별 본원통화증가율은 지난 1월 -2.5%로 통화량이 오히려 감소했으며 설연휴가 포함된 2월에는 5.3% 로 높아졌으나 3월에는 다시 1.8%로 추락했다.
본원통화는 한은의 화폐발행액(기념화폐 제외)과 은행의 지불준비예치금으로 구성된다.
본원통화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해 시중의 화폐수요가 극도로 둔화되면서 화폐 공급량이 늘지 않는데다 은행의 지준예치금도 증가세가 미미함을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지준예치금 증가율이 낮은 것은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는 이른바 신용창조 기능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저금리의 기조속에 은행 예금이 대거 이탈하고 대출증가세도 크게 둔화되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현저히약화된 것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예금회전율도 최저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2월중 18.1회를 기록,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금회전율은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이 회전율이 낮다는것은 돈을 은행에 묻어두고만 있을 뿐 인출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99년 67.0회를 나타낸 후 2000년 48.2회, 2001년 39.0회, 2002년 35.1회, 2003년 31.9회에 이어 지난해는 25.5회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 1월에는 22.3회로 둔화된데 이어 2월에는 20회 미만으로 떨어졌다.
요구불예금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찾아쓰고 결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맡겨 두는 성격이 강한데 이 예금의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투자처나 소비대상을찾지 못해 돈이 마냥 은행에 머물고 있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자금 단기부동화 여전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올해 1.4분기중 은행계정에서 정기예금이 3조원 넘게이탈한 가운데 만기 30일 이내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는 계속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투신사의 MMF 수신잔고는 68조5천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8조9천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4월들어서도 MMF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계속 이어져 이달 7일 현재 수신잔고가 71조2천억원에 달하면서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이 초단기 금융상품에 집중되는 이러한 현상은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 양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뜻하며 이는 경기상황에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