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화장품주들이 지난해 4·4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상승 행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소비심리 둔화와 경쟁 심화로 지난해 3·4분기 바닥을 친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모멘텀과 판관비 축소 등이 부각되며 추가 상승 전망도 밝다. 다만 일부 화장품주는 주가에 각종 기대감이 선반영돼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주가는 연초 후 11일까지 23%나 뛰었다. 코스맥스는 화장품 주문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다. 코스맥스의 주가가 뛴 배경엔 탄탄한 실적 모멘텀이 자리 잡고 있다. 코스맥스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26억원, 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7%, 95.7% 늘어난 수치다. 국내 브랜드샵의 성장으로 제품 공급이 늘어난 데다 자동화 설비 확충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중국 법인은 공장 증설과 이익률 높은 상품의 매출이 늘어나며 큰 폭의 성장이 나타났다. 코스맥스의 지난해 4·4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1% 늘어난 225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강세는 올해도 이어지며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도 앞다퉈 코스맥스의 목표주가 상향에 나서고 있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중국 내 온라인·홈쇼핑 업체 등 고객사 확대로 상하이와 광저우 합산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올해 코스맥스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8.7% 늘어난 4,877억원, 영업이익은 21.7% 증가한 424억원을 달성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국내 화장품 시장의 경쟁 심화로 국내 브랜드샵 성장세가 10% 수준으로 둔화됐음에도 코스맥스의 국내 화장품 매출은 20.9% 성장해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코스맥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렸다.
한편 코스맥스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오는 27일 거래정지에 들어가 4월7일 재상장될 예정이다. 사업회사(코스맥스)는 국내와 코스맥스차이나·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화장품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사업의 영업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사업회사가 국내외 화장품 핵심 사업을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회사 전환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 매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구조정 성장 스토리를 고려하면 향후 2년간 코스맥스의 성장엔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에뛰드·이니스프리 등 인기 중저가 화장품으로 유명한 아모레G도 지난해 실적 개선에 이어 올해 이익 전망이 상향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모레G는 지난해 4·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1%, 92% 늘어난 8,998억원, 64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율이 전년 대비 줄어들며 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경쟁 완화에 따른 시장 점유율 확장 지속과 수익성 안정이 기대되고 아모레퍼시픽이 주도하는 공격적인 해외 사업 확장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수익성 악화의 한 원인이던 해외 점포의 확장 비용도 지난해 4·4분기부터 감소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중반 가시화될 가맹사업 규제 여파로 향후 가맹점주 가격 협상력이 더 커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보다 위축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한국콜마도 지난해 4·4분기 별도기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증가하며 전 분기 역성장에서 벗어나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화장품주들의 선전이 기대되지만 일부 종목은 상승 여력이 높지 않아 섣부른 비중 확대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가 채널에서 강점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역시 올해가 3년간의 이익 정체에서 벗어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4%, 7.9% 증가한 3,909억원, 3,999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3,600억~3,700억원대에서 정체해 있던 영업이익이 3년 만에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올해는 지난해 급격히 위축된 국내 방문판매 채널과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중국 사업 등 국내외 장기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시험기간 성격이 크고 최근 주가가 급격히 상승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신중한 접근을 조언했다.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주 중 드물게 역신장이 예상된다. 히트 아이템 부재에 따른 원가율 상승, 12월 미샤데이 재고 조절 실패, 광고비 부담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개선 시점이 올 상반기 이후로 미뤄짐에 따라 당분간 이 회사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제닉 역시 올 상반기 홈쇼핑 매출 안정화와 제조 원가율 정상화, 중국 사업 가시화 등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