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카다피 아들들 이권 앞에선 물불 안가린다

4남 무타심, 장남이 코카콜라 병입공장 세우자<br>"내 영역 침해" 무장괴한까지 동원해 소유권 회수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들이 코카콜라의 병입(甁入ㆍbottling) 공장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마피아 처럼 무장세력까지 동원해 충돌했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워싱턴발로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비공개 외교전문을 근거로 사건의 전말을 전하고, 카다피의 아들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외국 투자자나 국제 여론을 신경쓰지 않고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여 왔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다피의 장남 모함메드(41ㆍ사진 왼쪽)와 4남 무타심(37ㆍ오른쪽) 간의 ‘콜라 전쟁’은 지난 2003년말 카다피의 핵개발 포기 선언 이후 리비아에 대한 경제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불거졌다. 리비아올림픽위원회를 이끌던 모함메드는 경제봉쇄가 풀리자 수도인 트리폴리에 코카콜라 병입 공장을 세웠다. 공장의 주인은 영국 회사 카무르와 리비아올림픽위원회가 합작 설립한 회사. 이에 경제봉쇄 시절 인접국인 튀니지에서 병입한 코카콜라를 수입해 팔던 리비아 판매권자는 계약위반이라며 합작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합작회사도 맞제소로 대응했다. 하지만 갈등은 법정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무장세력을 동원해 공장을 점거하고 형 모함메드와 그의 사촌들을 위협한 동생 무타심의 승리로 끝났다. 무타심은 이후 리비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 무타심은 코카콜라 병입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지 2주만인 2005년 12월28일 무장괴한을 보내 공장을 점거하고 직원들을 내쫓고 공장 문을 닫았다. 당시 트리폴리 주재 미국 외교공관이었던 연락사무소가 국무부에 보낸 외교전문에 따르면, 1990년대말 아버지 카다피에게 반기(쿠데타 시도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외교전문도 있음)를 들었다가 이집트로 쫓겨난 무타심은 형 모함메드가 그 사이 국내 청량음료사업을 차지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었다. 무타심측 무장괴한들은 밤에 모함메드의 집 주변을 에워싸고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모함메드의 한 사촌을 붙잡아 자동차의 트렁크에 감금하고, 외사촌(리비아올림픽위원회 위원)을 공격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며 형을 압박했다. 모함메드 측은 경찰에 고발하고 나중엔 아버지에게도 호소했지만 카다피는 개입하지 않은채 “모든 문제는 리비아 법에 따라 해결하라”는 말만 들었다. 미국 외교관들은 영향력있는 리비아 관리들을 만나 미국을 대표하는 코카콜라가 카다피 아들 간의 분쟁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리비아 정부에 강력 항의하고, 빠른 시일내 공장을 다시 열어 외국 투자자ㆍ기업의 손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공장은 이틀 뒤 문을 열었다. 모함메드가 리비아올림픽위원회의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기는 데 동의하자 무타심측의 병력이 공장을 떠났고, 이권을 둘러싼 두 형제 간의 다툼도 일단락됐다. 미 외교관들은 무장괴한까지 동원한 이권다툼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된 데는 성마른 형제간 내분을 여동생인 아이샤(35)가 중재, 무타심과 모함메드가 모종의 거래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모함메드는 리비아 이동통신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으며, 아이샤는 에너지ㆍ건설부문에 관여하고 금융기관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최근 300억달러가 넘는 카다피 가족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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