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순망치한과 창조경제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모양이 있는 것이 쓸모가 있는 것은 모양이 없는 것이 뒷받침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대ㆍ중소기업 간 관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대기업은 중소ㆍ중견기업이 뒷받침을 하고 있어 더욱 빛이 난다. 경제위기 이후 많은 나라들이 불황과 저성장으로 신음하지만 우리 경제는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있어 깊은 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것은 핵심부품으로 뒤를 든든히 받쳐준 중소ㆍ중견기업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소ㆍ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은 결국 완성품을 판매하는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건강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ㆍ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이 필수다. 특히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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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스러운 부분은 위탁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 행위이다. 코스닥은 상장사 중 95%가량이 중소ㆍ중견기업이며 특성상 기업간거래(B2B)기업이 많다. 최근 코스닥협회에서 실시한 하도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도급거래 때 가장 큰 힘든 일은 위탁기업의 '부당한 단가 인하'였다. 이는 코스닥기업 경영성과 악화의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올해 1ㆍ4분기 코스닥기업의 경영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6.13%, 순이익은 22.92% 감소했다.

하도급관계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수요독점적인 거래구조에서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한 발주 취소'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대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순망치한'이라는 말처럼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사라지면 원사업자인 대기업의 경쟁력도 보장할 수 없다.

중소‧중견기업은 변화하는 외부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역량을 강화해 경쟁력과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단순히 수직적인 관계의 '을'이 아닌, 치열한 경쟁환경을 함께 헤쳐나가는 소중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경쟁친화적인 중소ㆍ중견기업정책을 펼치고 공정한 대ㆍ중소기업 간 거래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통해 대ㆍ중소기업은 미래의 성장기회를 함께 나눌 수 있고 우리 산업생태계 전체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창조경제의 원천이자 우리 경제가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귀중한 밑거름으로서 상생협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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