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생산 감속… 물가 상승 압박… 고용도 복병으로

성장세 둔화… 4분기 경기 3대 변수는<br>차·반도체, 수출·생산증가율 모두 꺾여<br>공공料 인상…체감-지표물가 괴리 커져<br>제조업 일자리 창출 기여도도 약화 될듯<br>제로성장 가능성 속 정책 속도조절 고민

잘나가던 한국 경제에 하반기 들어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고용·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나빠지면서 경제성장률 둔화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차 울산 선적 부두에 수출용 차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경제DB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4ㆍ4분기 들어서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제로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둔화는 지난해 급격한 회복의 기저효과로도 설명되지만 직전 분기 제로 성장은 경기둔화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경기회복 후유증인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이제 막 두 팔을 걷어붙인 정부 입장에서 경기둔화 조짐은 정책집행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고민을 낳게 한다. 실제 정부는 내년 경제전망에서 "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 둔화 소지, 인구고령화 영향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생산ㆍ물가ㆍ고용 등 4ㆍ4분기 경기 3대 변수의 움직임은 아직 유동적이기는 하다. 세계경기 회복 강도에 따라 예상보다 더 좋아질 여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못하다. 세계경제 불안요인이 고개를 들면서 성장률 하락이 분명해보이는데다 고용도 재정 투입 일자리 감소가 뚜렷해지며 상반기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물가도 3% 초반으로 수치상으로는 안정세이지만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으로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상무)은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 유럽 재정 문제, 중국의 물가불안에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환율 전쟁도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둔화 가시화=4ㆍ4분기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는 수출. 한국 경제 회복을 주도해온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의 성장세가 지난 7월부터 꺾이기 시작하며 수출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7월 반도체산업의 생산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6%로 내려앉았다. 1ㆍ4분기 반도체산업 생산증가율(59.3%)의 절반 수준이다. 자동차산업 생산증가율도 1ㆍ4분기 51%에서 7월에는 25.9%로 둔화됐다. 이러한 산업생산 증가율 감소는 8월 수출증가율 저하로 이어졌다.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7월 70.8%에서 8월 59.6%로, 자동차 수출증가율은 7월 47.7%에서 8월 27.5%로 감소했다. 덩달아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의 재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재고순환도로 볼 때 두 산업 모두 7월 들어 둔화-하강 국면에 진입했다. 수출증가율은 3ㆍ4분기와 4ㆍ4분기에도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ㆍ4분기 16.6%의 증가율을 보이던 수출이 2ㆍ4분기 14.1%, 3ㆍ4분기 11.9%로 떨어진 후 4ㆍ4분기에는 10.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내년 수출의 힘은 더욱 떨어져 7.9% 증가하는 데 그치며 다시 한자릿수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며 설비투자 증가율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보기술(IT)산업의 경우 1ㆍ4분기 33.3%포인트에 달했던 투자 증가폭이 2ㆍ4분기 11.1%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약화는 신규 설비투자보다는 기존 설비가동률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감물가ㆍ지표물가 괴리 커질 듯=지표물가는 2% 후반에서 3% 초반에 머물고 있지만 체감물가는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를 3%에서 묶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대기 중인 공공요금 인상은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8~9월 공공요금의 경우 전기료 3.5%, 도시가스요금 4.9%, 시외버스 요금 4.3%, 고속버스 요금이 5.3% 오르거나 오를 예정이다. 여기다 경기회복에 따른 개인 서비스 요금도 물가상승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부진, 일부 곡물 수출국의 수출제한, 동절기 남반구의 라니냐 발생 예상에 따른 국제곡물 가격도 물가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4ㆍ4분기 숨은 복병 고용=8월 취업자는 38만6,000명 늘어났다.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실업자도 전년 동월 대비 7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59.1%로 전월 대비 소폭 증가하고 실업률은 3.4%로 소폭 감소했다. 지표만 보면 고용시장은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며 고용회복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취업자가 8개월 연속 늘어났지만 계절조정 취업자는 7월보다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약화됐다. 하반기 고용회복세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축소와 제조업 일자리 증가세의 둔화로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공공 부문 일자리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2만개, 공공기관 인턴 5만1,000개 등 상반기에 비해 7만개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건전성 회복 정책에 따른 정상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상반기 고용증가를 이끌었던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하반기에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수출 둔화와 이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는 상반기 11만7,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던 제조업의 고용기여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채용을 늘리려는 기업 38.2%가 결원 보충을 이유로 상반기와 같은 적극적인 채용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음달 11만명에 이르는 인구주택조사원의 한시 채용 등으로 고용지표가 출렁일 수도 있다. 오는 11월 초 채용될 조사원은 10월에는 발령대기로 실업자로 분류됐다가 11월 일시적으로 취업자로 편입되며 실업자 수는 줄고 취업자 수가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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