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전문대 개혁 대만을 보라


요즘 대학가에 입학생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 정원 줄이기에 나서 2015년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을 5개 등급으로 나눠 최우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정원을 강제적이고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10년 뒤인 2023년에 고교 졸업자 수는 2014년 2월 졸업예정자보다 20만여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3년 현재의 전문대학 입학생 수와 맞먹는 숫자다. 따라서 정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학제 자율화로 정원 감축효과 기대

그러나 일괄적으로 줄이기보다는 현재의 대학체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정원감축이 급하다고 대학을 일괄적으로 평가하고 구조조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전문대학 본연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교육 개혁의 틀을 유지하면서 뚜렷한 비전을 설정하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전문대학 학제 자율화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개정 발의된 고등교육법의 주요 내용은 이미 전문대학에 4년제 간호학과가 있으므로 다른 학과들도 학제 자율화를 통해 4년제 학과로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에 4년제 학과가 운영되면 편제 정원을 유지해야 하므로 모집 정원의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4년제 학과로 전환하는 2년제 학과는 입학정원의 2분의1을, 3년제 학과는 입학정원의 4분의1을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고등교육법상 전문대의 교육과정을 2·3년으로 수업연한을 규제하고 있는 획일적인 수업연한으로는 다양화·전문화돼 가는 산업사회의 기업 전문인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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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경우 이미 전문대학에 학제 자율화를 도입했다. 출산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대만의 경우 2000년대 전문대학들이 처한 상황이 지금 우리보다 더 심각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과감하게 학제 개편을 시도해 2012년에 대만의 전문대학은 2년 과정 간호전문계열 대학 14개교만 남아 있고 나머지 51개교는 과학기술대학으로 전환해 수업연한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한편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개설했다. 더 중요한 성과는 직업교육의 경쟁력을 더 높이고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는 긍정적 효과까지 얻었다는 점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 서둘러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대학들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현재 지지부진하게 진행 중인 고등교육법 개정 발의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전문대학은 40년여 간의 짧은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약 40%인 450만여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나 사회적 위치에서 항상 차별받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전문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될 경우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벌 위주의 사회라는 장애 속에서도 꾸준히 직업교육의 맥을 살려왔던 전문대학이 위기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대만의 사례처럼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약도 효력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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