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래준비 어렵게 하는 경영권 불안

정부가 공공성이 높은 국가 기간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 주요주주 승인제’를 도입해 공공성이 크거나 독점성이 있는 국가 기간산업을 외국자본으로부터 보호할 방침이다. 입법과 관련 규정을 서둘러 정비해 더 이상 국내 우량 공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농간으로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민간기업의 경영권 안정장치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 KT&G의 예에서 보듯이 상당수 국내 우량기업들은 정기주총 때마다 경영권 방어 문제로 비상이다. 외국인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5% 이상 주식을 갖고 있는 상장ㆍ등록회사만 109개사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이 지분을 너무 많이 처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런 약점을 외국 투기자본들이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외국자본이라고 해서 국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물론 안 된다. 그러나 외국인투자가들이 겉으로는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를 빌미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지분을 처분,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나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게 문제다. 지난해 SK㈜ 사태에서도 그랬고, 이번 KT&G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외국인 주주들 상당수는 배당 등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해 국내 경제나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목적은 경영성과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지만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당으로 과실이 다 빠져나갈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투자 목적의 외국인투자가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성이 큰 기업부터 방어장치를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차제에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우량기업의 경영권 보호에 개입하는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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