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미술품 경매, 불황기엔 젊은 유망작가에 투자하라

국내 미술시장 '3중고' 속 거품 제거·조정 진행중<br>서울·K옥션등 "위기가 기회" 해외시장 진출 가속<br>신진작가들 경쟁력 있음에도 작품 가격은 저평가


‘미술품 경매, 위기가 기회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전반적인 경제 위축의 상황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시장 과열 이후 연말부터 시작된 거품제거와 조정국면이 진행중이고, 미국발 모기지 사태 이후 경색된 세계금융시장이 국내 실물경제와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고가의 미술품 개인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미술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거래상황이 공개되는 경매회사의 경우 이 같은 ‘위기’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양대 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행보는 오히려 더욱 적극적이다. ◇해외시장 개척하는 경매사들= 지난 5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는 낙찰율 35%라는, 최근 들어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술렁였고 8일 개최된 서울옥션의 첫번째 홍콩경매에 이목이 쏠렸다. 환율 급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쳤음에도 그러나 낙찰률은 소더비의 2배인 65.6%, 총 274억원(1억7,740만 홍콩달러) 규모가 거래됐다. 경매 참가자의 80%는 외국인 컬렉터였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경매회사들은 “국내 미술시장은 포화상태”라고 판단하고 연달아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공통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현대미술품을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 서울옥션은 지난 5월 크리스티, 소더비, 본햄스 등 다국적 경매회사에 이어 아시아 경매회사 중 첫번째로 홍콩법인을 출범했다. K옥션은 지난달 8일 실시한 경매가 메이저경매 최저 낙찰률(61%)로 떨어졌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고 올해 초부터 준비해 온 아시아 최초의 국제경매행사인 ‘아시안 옥션위크 인 마카오’를 오는 11월28일 열고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선언한. 3개국 경매회사가 연합한 이번 경매는 K옥션과 일본의 신와아트옥션, 대만의 경매회사 킹슬리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손을 잡고 기획ㆍ진행, 각종 비용과 홍보를 분담한다. K옥션측은 “향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싱가포르, 인도와도 연계해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경매행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옥션의 경우 설립자인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은 “홍콩 이외에 모스크바, 인도 등 신흥시장 진출 확대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유망작가에 투자하라= 업계 전문가들은 “불황기의 미술품 투자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초고가 명품을 구입하거나 저평가된 낮은 가격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크게 나뉜다“고 설명한다. 수 억원을 호가하는 명품 구입이 여의치 않다면 후자, 즉 아직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신진 유망작가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작가들은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작품성이 높아 국내외에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경매회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서울옥션은 이번 홍콩경매에 앞서 “국내 신진작가를 해외시장에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면서 이들의 중저가 작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에 이환권의 ‘복사집 아들내미 딸내미’는 추정가 3,000만~4,0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 1억1,400만원, 이호련의 ‘오버래핑 이미지’도 추정가 2배를 웃도는 3,255만원에 낙찰됐다. 안성하ㆍ지용호ㆍ권경엽 등도 인기를 끌었다. K옥션 역시 다음달 국제경매를 앞두고 “한국 컨템포러리 미술의 젊은 작가를 해외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현대미술작가들은 홍콩의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끌어왔다. 홍경택ㆍ강형구ㆍ김동유ㆍ최소영ㆍ최영걸ㆍ정보영ㆍ데비한ㆍ변웅필ㆍ임동식ㆍ신영미ㆍ권오상ㆍ윤병락 등이 대표적. 주요 경매사의 경매일정으로 서울옥션은 12월11~14일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열리는 메어저 경매, K옥션은 11월 28일 마카오에서 열릴 아시안경매에 이어 12월10일 메이저 경매를 실시한다. 한편 요즘처럼 현금유동성이 좋지 않은 시기에는 ‘급매물’로 좀체 만나기 어려운 수작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경매 프리뷰는 꼭 챙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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